[기업열전]쿠쿠홈시스-밥솥=쿠쿠 신화창조

밥솥 하나로 소비자를 사로잡은 쿠쿠홈시스는 종합 생활가전 업체로 도약을 준비하며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밥솥 하나로 소비자를 사로잡은 쿠쿠홈시스는 종합 생활가전 업체로 도약을 준비하며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바삐 변하는 지금은 옛 말이 됐지만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강산이 세번 바뀌었을 시기, 한우물을 고집하며 성공 신화를 창조한 회사가 있다. 바로 쿠쿠홈시스다.

 쿠쿠홈시스(대표 구자신 http://www.cuckoo.co.kr)는 78년 설립된 이래 ‘밥솥’에 매진해 왔다. 대기업 OEM에서 출발했지만, 98년 자가 브랜드 ‘쿠쿠’를 출시하면서 ‘밥솥=쿠쿠’라는 등식을 만들었다.

 98년 400억원이던 매출은 2001년 1300억원으로 3년만에 1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매출은 계속 늘어 3년만인 2004년 또다시 2000억원 고지에 올랐다. 올해는 판매가 날개를 달아 2700억원 매출이 예상되고 있다. 당초 목표치인 2200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더구나 올해로 쿠쿠 밥솥 판매 대수가 1000만대를 넘어섰으니, 이 분야에서 쿠쿠의 위력은 인정해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그렇다고 쿠쿠에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기업에 납품한 전기보온밥솥이 폭발하는 바람에 주문이 끊기고 공장 가동까지 중단됐는가 하면, 자가 브랜드의 전기압력밥솥을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경쟁사에 선두권을 빼앗기면서 고배의 잔을 마셔야 했다.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 IMF가 닥치면서 대기업 주문량이 줄어 매출이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이런 위기 상황마다 쿠쿠는 전 임직원의 단결로 해법을 찾았다. 직원들이 월급을 자진 삭감하면서 구자신 사장에게 용기를 북돋워준 것은 유명한 일화다.

 상당수 기업이 세월을 거듭하며 명멸하던 기간에 쿠쿠가 국내 대표적인 가전 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임직원의 주인정신과 고객만족을 최고 모토로 삼는 기업 철학과도 맥이 닿아 있다.

 쿠쿠의 경쟁력은 연구개발(R&D)에서 시작된다. 쿠쿠는 기술연구소를 통해 경기 침체 속에서도 R&D 투자에 게을리하지 않았고, 그 결과 지난해 현미 발아 기능 및 맞춤 밥맛 기능을 장착한 전기압력밥솥을 출시했다. 제품 본위 생각에서 벗어나 소비자 입장에서 기획하고 개발한 성과물이었다.

 쿠쿠 기술연구소는 현재 180여건에 달하는 실용신안을 보유하고 있으며, 불량률도 채 0.5%가 되지 않는다. 상품기획-생산-검사의 모든 단계마다 검증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은 기본이고, 충격시험, 결합장치시험, 한계온도시험 등의 검사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쿠쿠’라는 이름을 달 수 있다.

 애프터서비스(AS)에서도 고객을 생각하는 냄새가 묻어난다. 350여명의 전문 서비스 요원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서비스 하고, 고객 정보도 직접 관리한다. 최근에는 고객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1년여에 걸쳐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쿠쿠홈시스의 행진은 오늘도 계속된다. 밥솥 전문 회사에서 종합 생활가전 업체로 한 단계 도약하고, 해외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밥솥 No.1의 신화’를 해외로 넓혀가야 한다.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니라, 우리 식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자신 사장도 평소 “아직 쿠쿠의 꿈은 뜸이 더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쿠쿠를 가전의 대명사로 떠올리고,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사업 초기 연구진과 수천번 되뇌였던 꿈을 다시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는 구자신 사장의 겸손함이 있기에 쿠쿠의 미래에 더욱 신뢰감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이끄는 사람들

 쿠쿠홈시스는 구자신 사장을 최고 수장으로 구본학 부사장, 조학래 전무, 김영종 전무, 이창룡 소장 등 4인방이 키맨으로 활약중이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5년간 쿠쿠 한솥밥을 먹고 지낸 터라, 눈빛만 봐도 속내를 알 수 있다.

 구자신 사장(64)은 78년 쿠쿠의 전신인 성광전자를 세운 장본인. 매출 3000억원 대의 중견 가전 회사 반열에 올려놓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리더십과 판단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추진력도 상당해 한 번 옳다고 생각한 일은 이루고야 만다. 여기에 근면 성실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회사 설립 후 10년 가까이 고려대 교복 바지를 입고, 티슈 한장도 4등분해 썼다는 일화는 쿠쿠 전 임직원들에 살아있는 교훈이 되고 있다.

 부친의 뜻을 이어 구본학 부사장(36)이 쿠쿠에 가세한 것이 96년.

 92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즈주립대학에서 회계학 석사를 취득, 2년 가까이 미국 쿠퍼스&리브랜드에서 회계사로 근무했다. 이후 해외영업팀과 마케팅, 서울사무소를 두루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외향적인 성격에 리더십이 뛰어나고,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구자신 사장, 구본학 부사장과 함께 쿠쿠를 이끄는 대표적인 인물이 조학래 전무(51)와 김영종 전무(47)다. 조 전무는 마케팅과 영업을, 김 전무는 생산과 개발, 해외영업을 총괄하고 있다. 모두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실무형’이다.

 조 전무는 영업망을 구축하고 자가 브랜드 개발을 진두지휘한 일등공신. 회사 위기마다 핵심 브레인으로 활약했다. 긍정적인 사고와 활달한 성격도 특징이다. 최근에는 쿠쿠 마라톤클럽 리더로 활동하며 만능 스포츠맨임을 과시하고 있다.

 김 전무는 360여가지 품질 검사를 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스타일이 꼼꼼한 편이다. 쿠쿠 밥솥이 ‘안전한 밥솥’으로 소문나 있는 것도 알고 보면 김 전무의 빈틈없는 스타일 덕분인지도 모른다.

 이와 함께 이창룡 기술연구소 소장(45)도 쿠쿠의 키맨이다. 동의대 기계설계학과 출신으로 기술연구소 및 제품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이 소장은 해외 제품 및 주요 안전장치 개발에 직접 참여했던 인물로 깔끔한 업무 처리 능력과 주위를 편안하게 하는 스타일로 사내에서도 귀감이 되고 있다.

◆디자인이 경쟁력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주방 가전이 ‘건강 가전’으로 인식되는가 하면, 전체적인 기능과 디자인에서도 고급화되는 추세다. 특히 밥솥은 30∼40대 구매가 높고, 20∼30대로 갈수록 하이틴의 이미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디자인과 함께 실용성도 고려돼야 하는 것이 필수다.

 쿠쿠 역시 이같은 추세를 반영해 고유 기능 외에 다기능을 추가하고, 디자인에서도 깨끗한 이미지와 고급성을 고려해 디자인하고 있다. 올 초에는 IH전기압력밥솥(모델명 CRP-HD1010FI)이 특허청 주최 특허기술상 정약용상(디자인분야)을 수상했을 정도로 대내외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CRP-HD1010FI’은 단순히 밥을 짓는 밥솥이 아니라 각자 입맛에 맞게 맞춤 밥맛을 할 수 있도록 16가지 맞춤밥 기능이 내장돼 있다. 또 현미 발아 기능이 있어 가정에서도 13분(2인분 기준)만에 발아 현미밥을 지을 수 있다.

 디자인에서도 우수해 전면부에는 패널 부분 테두리를 도금 처리해 고급화했고, 대형 오렌지 LCD화면을 장착, 멀리에서도 밥솥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패널 부분 테두리 하단에 붉은색 장식으로 포인트를 넣어 단조로워질 수 있는 주방에 생동감을 줬다.

 상단에는 스틸 느낌의 데코레이션을 첨가했고, 압력/해제 손잡이 부분을 인체 공학적인 디자인의 바형 손잡이로 설계해 사용시 미끌림이 없고 안전하게 조작할 수 있게 했다. 추 주위에 증기컨트롤캡을 장착하는 등 전체적으로 세련된 이미지를 추구한 것이 특징이다.

 해외 25개국으로 수출하는 만큼 디자인에도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식생활 문화를 연구하는 것은 기본이고, 현지에 맞는 컬러를 개발하는 것이다.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선호하는 일본에는 아이보리색의 전기밥솥을, 원색을 선호하는 중국을 겨냥해서는 빨간색 전기밥솥을 내놓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쿠쿠 밥솥이 세계를 누비는 것도 바로 이같은 ‘디자인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는 결론이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