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업계가 일대 변혁을 맞고 있다. 메이저 SW업체는 최근 전통적인 강세 분야를 기반으로 운용체계(OS)에서 애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모든 솔루션을 한번에 제공하는 ‘스택(stack)’ 구축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에 따라 솔루션 보완을 위한 대형 업체의 인수합병(M&A)이 활기를 띠고, 전문업체는 갈수록 코너에 몰리고 있다. 국내 SW업계에도 조만간 메이저 업체의 스택 구축에 따른 가공할 만한 충격파를 겪게 될 것이다. 스택이 가져 올 SW업계의 변화를 3회에 걸쳐 전망한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OS에서 애플리케이션에 이르는 모든 분야의 SW를 판매하고 싶다”며 “오라클 제품 라인에서 유일하게 빠져 있는 OS 시장 진출을 적극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오라클은 현재 리눅스 OS 시장의 양대산맥인 노벨 인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라클은 최근 몇년 동안 시벨시스템스 등 업계 최강의 SW업체를 인수해 강력한 스택 라인업을 구축했다.
오라클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기업의 전산환경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기업은 SW를 구매할 때 메이커와 기능을 우선시했다. SAP가 전사자원관리(ERP) 솔루션 하나만으로 급성장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하지만 이에 따른 전산환경이 복잡해지고 유지 보수 비용이 늘어나면서 통합과 비용 감소가 SW 구매의 새로운 기준으로 제시됐다. 메이커나 성능보다는 저렴한 비용으로 편리하게 사용할 SW가 필요해진 것이다.
메이저 SW업체는 이 같은 변화를 간파하고 제품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과감한 M&A를 통해 제품군을 확보,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는 벤더로 변했다.
그 핵심에는 스택이 있다. OS와 같은 시스템 SW부터 애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모든 솔루션을 한번에 제공, 기업의 최대 고민인 통합과 비용절감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한 것이다.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업체인 오라클이 미들웨어와 애플리케이션·OS 등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RP의 최강자 SAP와 세계 최대 리눅스업체인 래드햇도 스택 라인 구축을 위해 전력투구중이다.
현존하는 SW업체 중 유일하게 스택을 구축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M&A를 통해 지속적으로 제품군을 보완하는 것도 스택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스택 라인업 경쟁은 이제 단순한 제품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스택은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와 같은 새로운 아키텍처를 만들고 이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박정화 한국IBM SW그룹 전무는 “SW는 하이밸류와 커머셜 시장으로 양극화하고 있다”며 “고부가가치의 하이밸류 시장을 장악하려면 컨설팅에서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SW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SW 스택의 범위를 컨설팅까지 확대했다.
스택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기업이 SW업체의 스택 라인업을 그대로 수용하게 되면 벤더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객이 벤더에 휘둘리면 SW 비용 상승 가능성이 높다.
주요 SW업체들은 이에 대해 “단품 경쟁이 사라지는 대신 스택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SW 구축 및 유지 보수 비용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SW업계는 판도 변화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오라클이 계획대로 OS 시장에 진출한다면 오라클과 MS는 사활을 건 전면전이 불가피하다. SAP의 영토 확장으로 전략적인 협력관계인 MS와 SAP의 관계에도 긴장감이 흐를 것으로 보인다. 레드햇 같은 신흥 강호의 활약도 변수다.
박대연 티맥스소프트 최고기술경영자(CTO)는 “SW업계는 토털솔루션(스택) 보유 유무에 따라 경쟁력이 판가름날 것”이라며 “글로벌 SW업체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OS부터 애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모든 솔루션을 하루빨리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etnews.co.kr
<주요 SW업체들의 스택 라인업>
업체 OS DBMS 미들웨어 애플리케이션
오라클 - 오라클데이터베이스10g 퓨전미들웨어 퓨전애플리케이션
MS 윈도 SQL서버 윈도서버시스템 다이내믹스
IBM 유닉스·메인프레임 DB2 웹스피어 -
SAP - - 넷위버 마이SAP스위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