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레벨과 차 한잔]김풍민 이머시스 대표

[C레벨과 차 한잔]김풍민 이머시스 대표

무궁무진한 사업 아이템으로 대덕연구개발 특구의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푸근한 동네 아저씨 풍의 김풍민 이머시스 대표(48)는 대덕특구 내에서 ‘마당발’로 통한다.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특구 내 벤처기업의 일이라면 누구라도 자신의 일처럼 나서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접촉이 많다보니 자연 남들보다 네트워크가 좋고 정보가 빠르다. 그 속에서 사업 아이템도 많이 얻는다.

주위에선 안부 대신 “이머시스(입체음향 전문기업)는 언제 돌볼 것이냐”는 말을 건넬 정도다. 언제나 김 대표의 주위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를 대하면 이유없이 뭐든 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신뢰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김 대표의 지론이다.

김 대표의 주 무대는 대덕특구와 서울, 해외에서는 일본과 미국이다. 특히 일본과는 벤처 창업 때부터 공을 들여 특구 내에서는 ‘삿포로 통’으로 통한다. 삿포로는 대전시와 자매결연 도시다.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김 대표가 맡았다. 김 대표는 일본 굴지의 업체들로부터 사업 파트너로 인정받기까지 만 6년이 넘게 걸렸다.

“일본 기업과의 신뢰 구축 관계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솔직하게 나를 보여주고, 만나면서 하나하나 쌓아가야 합니다. 이들은 상호 신뢰구축이 어려운 대신 한번 관계를 맺으면 다른 기업과의 관계보다 더 오래가고 튼튼합니다.”

“고객을 찾아 발로 뛰어라”, 김 대표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은 귀중한 자산 중의 하나는 ‘뛰어다니라’는 것이다. 초기 연구원 출신들로 이루어진 대덕특구 기업들은 세계적인 기술력만 믿고 고객이 찾아올 것으로 오판했다는 것.

“겪어보니 결코 시장이 날 찾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물건을 팔려면 뛰어다니는 것밖에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걸 깨우쳤을 때는 기업이 재정난에 빠져 헤어나오는데 곱절의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습니다.”

이제야 마케팅이 뭔지 조금 알 것 같다는 김 대표는 “상대방 고객을 미안하게 만드는 것도 자신이 자주 쓰는 마케팅의 한 전술”이라며 “LG DTV와 음향 솔루션 및 칩 계약을 체결하기까지의 과정이 지금까지의 마케팅 노하우의 집결판”이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국내 CEO들은 순간순간 판단을 너무 빨리 하다 보니 상대방의 진중한 생각을 읽지 못하고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통찰력 있는 CEO가 되기 위해서는 기다릴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업 사장들을 만나면 가끔 “아직도 개발하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을 하곤 한다는 김 대표는 “CEO는 회사 전체의 비전을 제시하고 기획 등을 총괄해야지 직접 나서서 자질구레한 청소(?)업무를 담당해서는 곤란하다”는 나름의 CEO론을 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