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한류의 세계화

[월요논단]한류의 세계화

7월 초, 오래 전에 약속한 강연이 겹쳐서 베트남 호찌민시와 중국 다롄시를 이틀 간격으로 다녀왔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내가 머문 두 호텔 객실의 가전 제품은 모두 한국제였다. 또 저녁에 들른 노래방의 기계도 모두 한국 제품이었다. 이른바 한류를 직접 체험한 것이다.

 한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벌써 꽤 오래 전의 일이다. 이제 와서 한류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새삼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한류에 대한 이야기는 무성했으나 어떻게 해서 한류가 형성됐는지에 관한 연구는 그리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은 듯싶다. 한류의 형성 원인을 알아야 어떻게 한류를 지속시키고 진흥시킬 수 있을지 알 수 있는 법이다. 그렇지 않다면 한류는 하나의 유행가처럼 잠시 머물다 지나가 버릴 것이다. 그렇게 하기에는 우리에겐 너무나 소중한 것이다. 특히 이웃 나라에 퍼져 있는 한류의 영향이 몇몇 가전 제품과 화장품 정도에 국한돼 그 이상 퍼져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볼 때 한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은데도 한류의 초기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더욱 느끼게 된다. 이런 점에서 한류의 뿌리를 찾고 이를 북돋우고 잘 가꾸어 나가기 위해 몇 가지 화두를 던질까 한다.

 한류의 뿌리를 찾기 전에 지난 40여년간 세계적으로 일어난 비슷한 현상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먼저 이탈리아의 서부극이다. 한때 미국의 서부극을 압도했던 이탈리아 서부극이 어째서 갑자기 사라졌는가. 또 다른 하나는 홍콩의 무협 영화다. 이 역시 근래 새로운 영화가 생산되지 않고 있다. 이 두 나라의 공통점은 국민이 표현의 자유를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불법 무력 집단의 창궐로 치안이 극도로 불안해지는 시점과 거의 맞아떨어지고 있고, 홍콩은 홍콩의 중국 반환 시기와 거의 맞아가고 있다. 국민의 표현에 대한 자유는 그 나라 문화 속에 스며들지만 문화는 공감대를 형성해 전파되는 것인만큼 자유가 어떤 형태로든 속박받게 되면 공감대는 사라진다고 봐도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90년대에 이른바 민주화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넣고 현직 대통령의 자식들을 투옥하는가 하면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기에까지 이르면서 정치적 권위가 철저히 파괴됐다. 또 그동안 금기시돼온 반미를 공공연히 외칠 수 있고 심지어는 김일성을 찬양하고 박정희 대통령을 욕하는 일, 자신이 태어난 나라마저 생기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고까지 서슴지 않고 떠들 수 있는 나라가 됐다. 물론 이런 파격적인 말만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자유인지 방종인지는 몰라도 표현 그 자체에는 분명히 거침이 없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 표현의 자유가 한국이 만든 문화물에 스며들어 있고 이것이 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한류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소중한 한류를 든든하게 지속시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권의 신장이라고 생각한다. 신장된 인권을 누리는 국민만이 진정한 의미의 애국심을 가질 수 있고 그 애국심만이 이 자유를 지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고유의 문화, 한류의 뿌리를 깊이 내리게 할 수 있다. 21세기 지식 정보 문화 사회의 벽두에서 IT 강국 한국이 한류로써 세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양승택 동명대학교 총장 yang@ti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