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마이너리티 쿼터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이 개봉 보름 만에 관객 8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기세대로라면 1000만명 돌파는 시간문제인 것 같다.

 ‘괴물’이 최단기간 관객 600만명을 돌파했던 지난 7일 봉준호 감독은 흥미로운 말을 했다. 봉 감독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스크린 세 개 중 한 개는 ‘괴물’이 독식하고 있어 다른 한국영화의 설 자리를 좁히는 것이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맞는 말”이라고 했다. “일단 전체 스크린이 1600개인데 그중 600개 정도를 한 영화가 차지한 것은 한국만의 독특한 상황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인들은 전부터 마이너리티 쿼터라고, 소수 취향의 다양한 영화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전체적으로 스크린쿼터제를 보호하는 맥락 아래 그 부분도 같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한국의 예술영화를 대표하는 김기덕 감독도 기자회견을 했다. 김 감독은 최신작 ‘시간’의 시사회 인터뷰에서 한국영화 배급 시장에서 ‘예술영화’가 소외되는 상황을 두고 쓴소리를 했다. 각종 해외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김 감독이지만 그의 작품은 유독 한국에서는 푸대접을 받았다. 한국에서 외면당한 작품이 외국에 수출된 다음 거꾸로 한국에 수입돼 개봉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에 종로 스폰지하우스 단일관에서 ‘시간’이 개봉되는 것도 역수입 형태로 이뤄졌다.

 김 감독은 “‘시간’이 국내 마지막 개봉작이 될 것”이라며 “국내 영화제에도 출품하지 않겠다”는 극단적인 결심까지 내비쳤다. 하지만 그 결심의 본뜻은 다른 데 있었다. “그렇지만 바람이 있다면 이 영화에 관객 20만명만 들었으면 좋겠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미국에서 32만명이 들었고, ‘빈집’이 프랑스와 독일에서 20만명이 들었다. 그래서 이 영화가 국내에서 20만명이 들기를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 감독의 이런 바람은 이뤄지기 힘들 것 같다. 아무리 김 감독 영화의 마니아 층이 두텁다고 해도 전국에서 스크린 하나로 20만명 관객 동원은 기적에 가까운 일로 보인다. 예술영화를 고집하면서 ‘한국영화 시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김 감독이나, 초대박을 터뜨려 놓고 ‘괴물’ 때문에 밀려난 다른 한국영화를 걱정하는 봉 감독이나 똑같이 ‘마이너리티 쿼터’를 생각을 하는 듯하다.

  이창희 디지털문화부장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