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IT가 가져온 재택근무 변화

[열린마당]IT가 가져온 재택근무 변화

정보기술(IT) 발전은 우리 생활 곳곳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여러 변화 가운데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 바로 직장인의 근무형태다. IT는 이제 단순히 컴퓨터를 이용한 문서작업이나 정보관리 업무에 국한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든지 일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근무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 바로 IT다.

 특허청의 근무환경도 IT를 접목하면서 크게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심사업무다. 방대한 기술자료를 전자 DB화하고 출원서류 역시 전자화해 어디서든지 통신망을 이용해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무실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의 장벽을 넘게 만들었다.

 십여년 전 종이로 된 참증철을 뒤져가면서 선행기술을 조사하던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는 변화를 IT 접목으로 끌어낸 것이다.

 특허청이 지난해 3월 도입한 온라인 재택근무제는 심사환경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현재 130여 명의 심사관이 각자 가정에서 심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조만간 180명 수준까지 인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재택근무중인 심사관은 집에 설치된 컴퓨터와 랜망을 이용해 특허청의 서버에 접속, 사무실과 동일한 환경에서 심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메신저 등 다양한 통신 프로그램을 이용, 실시간으로 동료 심사관 및 팀장과 의견교환을 한다.

 물론 온라인 재택근무에 애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통신망 보안과 심사관 가정에 각각 흩어져 있는 컴퓨터 보안 유지는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러나 이 또한 다양한 보안 프로그램과 지문인식기 채택으로 극복하고 있다.

 재택근무와 같은 유비쿼터스적인 근무환경 변화는 특히 생산성과 개인의 행복이라는 일견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젊은 맞벌이 부부 심사관은 육아를 포함한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데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재택근무 도입으로 개인의 처지에서는 더욱 쉽게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젊은 심사관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다.

 생산성 측면에서 보면 출퇴근 시간 절약,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점은 상당히 중요한 발전이다. 과거에는 갑작스러운 업무가 발생하면 집에서 옷을 챙겨 입고 나와 사무실로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고 일을 해야 했으나, 재택근무자는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의 컴퓨터를 켜기만 하면 된다. 실제로 재택근무 도입을 준비하면서 일부에서는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심사관의 실적을 조사해 본 결과 재택근무자의 생산성이 거의 같거나 약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인력 충원에 따른 사무실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지 않아도 되고 남는 공간을 회의실·어학실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 유리하다.

 물론 재택근무 같은 새로운 근무형태는 아직 심사업무에 국한된 것이기는 하다. 심사업무는 동료와 협업작업보다는 개인의 독립단위 업무 성격을 갖고 있어 재택근무 성격에 더 잘 맞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업무도 이를 정형화하고 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툴을 개발한다면 모바일 통신의 발달과 함께 재택이나 모바일 근무 같은 새로운 형태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산업계가 직면한 제조업 분야에서의 경쟁력 저하 문제도 IT의 창의적 응용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개인의 행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특허청 재택근무제는 IT를 접목해 생산성 향상과 개인의 행복을 달성하고자 하는 시도로서 좋은 본보기라고 하겠다.

◆박영탁 특허청 기계금속건설심사본부장 ytpark@kipo.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