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나랏일은 정말 어려워!

 박영일 과학기술부 차관은 다음달 2일 과기부 직원들이 모은 120만원을 들고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서울대공원 인근 ‘빛과 사랑의 선교회(원장 오상식)’를 찾아갈 예정이다.

 박 차관과 과기부 직원들은 지난 8월에도 537만원을 모아 이 선교회에 전달했고, 앞으로 ‘1인 1 사랑의 계좌(1개월 5000원) 갖기운동’을 펼쳐 계속 도와주기로 했다.

 이 선교회는 과천시 과천동 693-3 일대 국립과학관 부지(7만4000평)에 자리잡았던 장애우 단체. 공식 복지법인이나 기관이 아닌 작은 생활공동체다. 오 원장은 10년 전 손과 발이 썩는 병을 얻어 수차례 수술을 받은 끝에 건강을 되찾았고, 불편한 몸으로 둥지(비닐하우스 2동)를 텄다. 그동안 작은 사업을 하며 버텼지만 여의치 않았고 지금은 원장을 포함한 장애우 3명이 함께 살아간다.

 지난 6월, 과기부는 국립과학관 개관 목표 시점인 2008년 하반기까지 공사를 마치기 위해 이 선교회를 제외한 부지 내 토지보상·수용, 걸림돌(지장물) 철거를 완료했다. 당시 갈 곳 없던 선교회는 분신을 불사할 태세였다.

 나랏일 하려는 공무원, 그 공무에 밀려 거리로 나앉게 된 장애우 사이에 형성된 살벌한 대립각은 과기부 직원들의 온정(성금모금)과 설득으로 조금씩 누그러졌다.

 결국 9월 11일 과기부 지원에 힘입어 선교회는 국립과학관 부지 인근에 새 둥지를 마련했다. 과기부가 터(콘크리트 타설)까지 다져줬다.

 선교회는 기존 둥지를 철거한 보상금 1억원과 금융대출을 합친 1억5000만원으로 새로운 보금자리 60평을 구입했다. 장애우에게 땅을 팔지 않으려는 인근 지주들로 인해 천신만고 끝에 얻은 공간이란다. 땅 주인은 캐나다 교포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무원은 ‘법에 정한 대로’ 하면 그만이다. 철거 보상금(1억원)까지 줬으니 그냥 불도저로 밀어버렸어도 됐다. 하지만 분신을 불사하겠다는 장애우를 밀어내고 ‘국립’과학관을 짓는 초강력 심장을 가진 공무원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중앙부처가 작은 생활공동체를 공식적으로 도와주거나 편의를 봐주기도 어려웠다. 이래 저래 나랏일 하기가 참 어려울 것 같다.

  경제과학부·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