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민의 테크읽기] 모빌리티 지식재산권과 불공정무역행위 조사제도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지난달 26일 무역위원회는 '2025년 불공정무역행위 조사제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그동안 무역위원회 무역구제제도는 반덤핑 조사를 중심으로 가격 이슈를 주로 다뤄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식재산권 관련 불공정무역행위 이슈가 많아지면서 더욱 복잡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역위원회는 지난해 바이오 의약품에 이어 올해는 모빌리티를 주제로 관련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모빌리티 분야는 최근 전기차·자율주행·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커넥티드카 이슈가 많아지면서 지식재산권 관련 분쟁도 많아지고 있다. 커넥티드카 분야 아반시(AVANCI) 특허풀 이슈는 관련 업계에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5월 독일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선와다 배터리 특허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앞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3월 중국 BOE 삼성디스플레이 기술 침해를 인정했으며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방법으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현재 우리나라 무역위원회와 미국 ITC가 독자 형태의 불공정무역행위 조사·판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향후에는 지식재산권 대응을 위해 무역위원회와 지식재산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행사에서 무역위원회는 급변하는 무역환경 대응을 위한 조사제도 내실화 추진 현황을 발표했다.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불공정무역행위 전담 부서를 확대하고 조사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관계 기관과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지식재산처도 부처 승격 이후 지식재산권(IP) 기반 불공정행위 대응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국제 분쟁이 증가하는 만큼 해외 기업 특허권 침해 대응, 국제 표준특허 협력, 국내 기업 해외 출원 지원 등을 선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핵심이다. 두 기관은 앞으로 불공정 조사 과정에서 공동조사·정보 공유·법률 지원 체계 구축을 통해 정밀한 대응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발표자는 '특허 규정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 일부 해외 업체들의 무단 사용·모방 사례가 최근 가장 큰 문제'라고 공통으로 지적했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 국제 특허 출원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향후에는 기술·특허 기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앞으로 지식재산권 선점을 위한 투자가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산업계 발표에서는 구체적 사례와 함께 시장 대응에 대한 실질적 방향성이 제시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차전지 관련 특허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리튬메탈·리튬황·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도 선행 특허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정당한 특허 체계 아래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중국 업체의 특허 출원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국가적 대응책도 필요하다. 자율주행 분야 발표에 나선 HL만도는 자율주행 관련 특허 선점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자율주행 기술이 인공지능(AI)과 결합하면서 미국·중국 경쟁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지식재산권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업계에서는 특허 공동 대응 필요성도 대두하고 있다. 커넥티드카 아반시 사례와 LG-파나소닉이 주도하는 튤립 사례가 대표적이다. 강기석 서울대 교수는 산업은행 'NEXT 100' 포럼에서 “국내 배터리 3사가 공동 특허풀을 구축해 중국 기업을 견제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으로 모빌리티 분야 경쟁이 '기술'뿐 아니라 특허·표준·권리 확보 싸움이 될 것임을 보여준다.

무역위원회의 조직 확대와 지식재산처 승격으로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한 대응이 빨라지면서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노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급변하는 모빌리티 산업에서 지적재산권을 선점하고우리나라 산업이 더욱 발전해 가기를 기대한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gm1004@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