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은의 정책과 혁신] 〈31〉먹구름 낀 서울 대중교통: 누적 적자 1조에 파업 엄포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서울시 대중교통 체계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지하철 노조는 파업을 예고한 상태이고, 시내버스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장기화된 노사 협상에 놓여 있다. 마을버스 업계는 환승 할인 제도에서 탈퇴하겠다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지하철의 연간 운영적자는 약 8000억원, 시내버스는 5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여기에 누적된 적자까지 고려하면 현재의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은 역설적으로, 2004년 대중교통 개편 당시 설정했던 목표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당시 개편은 단순한 노선 조정이 아니라 서울 교통철학의 재정립을 목표로 했다. △간선·지선·순환·광역으로 기능을 구분한 노선 체계 △버스-지하철 통합 환승 요금제 △중앙버스전용차로 도입 △준공영제를 통한 공공성 강화 등이 핵심이었다. 특히 환승체계와 중앙차로는 분명한 성과를 냈다. 환승 부담이 줄어 시민 이동의 편의성이 크게 높아졌고, 중앙차로는 정시성을 개선해 서울 버스의 신뢰도를 높였다. 이 두 요소는 지금도 서울 대중교통 경쟁력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버스 노선 재구조화는 완성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2004년 개편 직후에는 기능별 노선 구분이 일정 부분 작동했지만, 이후 도시 구조가 빠르게 변하며 문제는 다시 누적됐다. 신도시 개발, 업무지구 확장, 주거지 분산 등으로 서울 인구는 줄고 경기도 인구는 400만명 가까이 늘었지만, 노선 조정은 부분적·단편적으로만 이뤄졌다. 일부 노선은 과밀·중복·비효율이 심화돼 진행 중인 용역이 잘 적용되길 소망한다. “2004년 개편의 철학은 남았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한 후속 관리가 부족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두 번째 문제는 요금·운영비 구조, 즉 '가성비의 양면성'이다. 시민 입장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저부담 고효율' 교통망이다. 그러나 운영자 입장에서 이는 대규모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요금 인상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전임 시장시절 경기도의 요금인상에도 서울은 동결해서 생긴 적자확대의 여파는 분명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서비스 수준·요금·재정 지원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설정하는 '대중교통 재정 프레임' 재구축이 필요하다.) 단순 요금 인상이 아니라, 시민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 서비스와 기술·시장 원리로 효율화를 꾀할 수 있는 영역을 구분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세 번째는 노무관리 문제다. 지하철 노조는 오랫동안 파업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5~8호선을 개통하면서 서울시가 도시철도공사를 별도로 만든 것도 노조 문제를 분리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이후 두 회사는 선의의 경쟁을 이어갔으나,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양 기관이 통합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통합 이후 화학적 결합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내부 갈등은 오히려 심화됐다. 환승역 운영 효율화 등 통합 명분으로 제시된 목표는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고, 노조 및 직원간의 갈등은 다시 경영 리스크로 이어지고 있다. 시내버스 역시 회사와 운송조합이 존재하지만, 준공영제 특성상 임금 수준을 사실상 서울시가 좌우하는 구조다. 운전기사 임금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른 상황에서 지속적 인상이 가능한지, 앞으로 교통 전문가에게 '노무 이해'가 필수 자격이 되어야 하는건 아닌지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현재 마을버스·시내버스·지하철이 각기 다른 이유로 갈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2004년 이후 20년간 누적된 '관리의 공백'과 '미완의 과제들'이 동시에 나타난 결과라 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사후 대책이 아니라, 당시 목표 중 무엇이 성과를 냈고 무엇이 지속 관리에 실패했는지를 재점검하는 일이다. 그래야 대중교통의 공공성과 지속 가능성을 다시 설계할 수 있으며, 현재의 위기를 단기 협상이나 임시 지원이 아닌 구조적 개선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