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메가센터의 조건

 26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인텔개발자포럼(IDF)2006. 폴 오텔리니 인텔 CEO가 1시간이 넘는 기조연설을 마친 뒤 저스틴 R 래트너 CTO가 무대를 이어받았다. 그의 화두는 ‘메가센터’.

 “컴퓨팅 파워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수천·수만대의 서버로 가득 찬 메가센터도 필연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데이터가 들어 있는 메가센터가 과연 안전할까요?”

 곧바로 그가 무대 뒤의 누구를 불렀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메가센터를 운영한다는 구글 엔지니어가 나타났다. 구글 전산센터를 직접 설계한 그의 입에서는 전산실의 치솟는 전력 문제에 대한 증언과 경고가 이어졌다. “서버 구매 후 3년만 지나면 전력 비용이 서버 비용을 초과한다” “전압 변환 과정에서 손실되는 전력량이 미국에서만 연간 수십억㎾에 이른다” 그는 전원공급장치(파워서플라이)를 표준화해 전력손실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인텔은 이번 IDF에서 5년 내 1개 칩에 80개 코어를 집적시켜 초당 1조회 연산이 가능한 프로세서를 내놓겠다고 장담했다. 그런 인텔도 폭증하는 전력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아무리 높은 집적도의 반도체를 개발해도 소용없다는 절박함을 나타냈고, 이 문제를 IDF에서 공론화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실제로 MS·구글 등 글로벌 기업은 폭발하는 전력량을 감당하지 못해 최근 전기료가 싼 땅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구글이 사들인 미국 서부 오리건주 컬럼비아 유역도 수력 자원이 풍부하고 근처에 발전소가 위치해 있다.

 전력 문제에 대한 경고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매년 여름이면 IDC들은 전력 부족으로 크고 작은 시스템 사고를 일으키고 관련자들은 쉬쉬 하느라 바쁘다. 90년대 지어진 대기업 전산센터도 열을 많이 뿜어내기는 마찬가지다. 오늘 내일 임시 냉각수로 하루하루 위험고비를 넘기다 시스템 중단으로 업무 마비를 겪기도 한다. 컴퓨팅 파워 게임이 파워(전력) 게임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곳에 소형 컴퓨터가 내장돼 서로 통신하는 유비쿼터스 사회에서는 인프라로서의 메가센터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구글처럼 수력 발전소 옆에 전산센터를 짓지 않더라도 ‘메가센터 조건’에 대해 관련업계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샌프란시스코(미국)=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