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를 강타한 스톡옵션 비리 수사가 주요 경영진들의 줄사퇴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이미지 추락을 막고 경영 공백과 집단소송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스스로 경영자를 내치는 ‘극약 처방’으로 풀이된다. 강력한 비리 척결 의지를 천명한 미 검찰이 조사에 협조하는 기업에 대해 관용을 베풀겠다고 밝혀 비리 경영자의 사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
◇줄잇는 사퇴=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보안 소프트웨어 맥아피, 온라인뉴스업체 C넷 등이 최고경영자(CEO)를 해임했다. 맥아피는 최근 케빈 와이스 사장을 해고했으며 조지 샘넉 회장 겸 CEO도 조사 후 사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넷도 쉘비 보니 공동창업자이자 현 CEO를 해임했다.
지난주에는 애플컴퓨터의 전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이사회 멤버인 프레드 앤더슨이 사임했다.
스캔들 초기에 적발된 소프트웨어 업체 머큐리인터랙티브는 지난해에 이미 CEO인 앰넌 랜던을 비롯해 CFO와 고문 등 경영진을 쫓아냈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브로케이드커뮤니케이션스의 전 CEO인 그레고리 레이즈도 스톡옵션 소급적용으로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불명예 퇴진했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컴버스 테크놀로지의 전 CEO인 제이콥 코비 알렉산더로 현재 남아프리카 나미비아에 도피중이다.
◇“더 큰 일 당하지 전에 스스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증권당국과 연방 정부의 스톡옵션 비리 척결 의지에도 불구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담 수사팀이 꾸려지고, 수사 대상이 130개 안팎에 이른다는 소문이 퍼지는 등 사태가 심상치 않자 다급해졌다.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면 이미지 실추는 물론 자칫 경영 공백과 집단증권소송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맥아피 등이 연루된 당사자들을 해임한 것도 닥쳐올 ‘외풍’을 피해가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자체 비리 척결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해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애플컴퓨터가 CFO를 해임하면서 스톡옵션 비리 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조조정 전문가 제롬 요크 전 크라이슬러, IBM CFO, 앨 고어 전 미 부통령, 에릭 슈미트 구글 CEO 등으로 조사위를 구성했다. 그러나 애플의 스톡옵션 부여시 이사였거나 문제가 있는 타기업의 CEO여서 불씨가 남아있다.
◇“곧바로 끝날 사안은 아니다”=스톡옵션 비리의 핵심은 지난 1990년대말에서 2000년대초까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 날짜를 주가가 가장 낮았던 날짜에 소급 적용한 이른바 ‘백데이팅’ 수법이다. 미 증권 당국과 연방 정부는 이러한 조작이 직원들의 부당한 차익을 넘어 기업 수익 과 가치를 부풀리고 세금 탈루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비리 척결에 나섰다.
지난 7월엔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대대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수사팀을 지휘하는 한국계 최유미 연방 검사는 “언제 행동을 취했는지를 신중하게 조사할 것”이라며 “수사팀에게 진정으로 요구되는 것은 투명한 처리”라며 강력한 조사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으로는 “정부 조사에 협조하는 기업은 법적인 문제를 피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고 여운을 남겼다.
안소니 마이클 사미노 세인트존스대 교수는 “스톡옵션 문제와 싸우는 기업 경영자들은 그리 운이 좋을 것 같지 않다”며 CEO들의 잇단 사퇴를 예견했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미 연방 검사 최유미는 누구?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의 스톡옵션 비리를 조사하는 수사팀의 수장은 교포출신 법조인 최유미 검사(45)인 것으로 알려졌다.
머큐리뉴스 등 외신들은 실리콘밸리 기업 비리를 조사중인 여검사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머큐리뉴스는 ‘최 검사에 대해 알아야 할 다섯가지’를 소개하기도 했다.
최 검사는 미국 버지니아주 헌팅턴에서 자라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미 법무부 반테러 분야에서 일했다. 머큐리뉴스는 1980년대 중반 웨스트버지니아 정부 변호사로 일할 당시 안정성 여부 조사를 위해 탄광에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며 적극적인 수사 스타일에 주목했다.
부친은 미국 버지니아주 마셜대학 국제정치학 명예교수였던 고 최수복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