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이천단지의 수명은 5년(?)’
하이닉스 재기신화의 터전인 이천단지. 해외 매각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기며 한국반도체 산업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이천 반도체단지가 전혀 예상치 못한 암초에 걸려 존립 위협에 직면해 있다.
존립 위기의 배경은 남한강 상수원보호구역에 묶여 현행법상 구리공정설비를 도입할 수 없는 특수성에 있다. 전 세계 반도체 미세공정 발전 추세를 감안할 때 2010년을 기점으로 구리공정설비 적용이 불가피한 50나노 이하 공정 팹이 주류를 이룰 것이 확실하다. 이 때문에 구리공정을 도입할 수 없는 하이닉스 이천공장의 M6·M7·M10팹은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경쟁력이 없는 구형 팹으로 전락하게 된다.
학계의 반도체 전문가는 “최근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이 국내 반도체업계의 핵심 이슈로 불거지고 있지만 본질을 따져보면 단순히 팹 하나를 더 짓느냐 못 짓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며 “아직 몇 년의 기간이 있어 표면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초미세 공정이 진행되면 이천공장은 전공정 팹으로서 기능을 상실하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이 예견되고 있는데도 하이닉스는 이 문제가 부각되는 것을 원치 않는 모습이다. 익명을 원하는 하이닉스 한 관계자는 “반도체 기술은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50나노 이하 공정 도입은 아직 몇 년 후의 문제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현행 기술로는 구리공정 없이 첨단 미세가공 팹을 지을 수 없고 미래 투자라는 관점에서 볼 때 50나노대까지만 대응하는 팹은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국내에서는 이미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전용 300㎜ 팹인 S라인에 이미 구리공정을 적용해 놓은 상태고, 해외 주요 업체도 구리공정설비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어 구리공정 팹은 조만간 반도체업계의 큰 흐름이 될 전망이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삼성전자 기흥·화성단지와 함께 한국 반도체 터전으로 우뚝 서 있는 이천단지. 단순히 증설 인허가 차원의 논의를 넘어 장기적 관점에서 솔로몬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디지털산업부·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