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만의 디지털 복원 `로보트 태권V`

31년만의 디지털 복원 `로보트 태권V`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V’(감독 김청기)가 오는 18일 전국 150여개 상영관에서 31년 만에 관객들과 다시 만난다.

 2003년 한국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안정숙) 창고에서 발견된 원본필름 복사본(인터네가 필름:상영용 프린트 필름을 네가 필름으로 다시 만든 것)은 ‘영사기에 돌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된 상태였다. 하지만 10억원의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복원 작업에 참여한 72명의 전문가들이 지난 2년 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로보트 태권V’는 원본과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디지털 파일로 부활했다.

 ◇영상복원, 디지털 장비와 사명감의 결실=영상복원은 영진위에서 인터네가 필름이 발견된 2003년 11월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작업에 착수했다.

 첫 작업은 영진위의 인터네가 필름과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조선희)과 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관장 전흥근)이 소장하는 프린트 필름을 디지털로 전환 가능하게 복원하는 것. 필름이 영사기에 돌아갈 수 있도록 양쪽에 뚫려있는 구멍(퍼포레이션)을 수선하고 필름 표면의 긁힘과 얼룩 등을 삼염화를 이용해 클리닝해 디지털 파일화 할 수 있게 했다. 수정된 필름은 스캐너를 통해 디지털 파일로 저장됐다.

 디지털 파일로 저장된 원본은 사진 및 영상 이미지 복원 소프트웨어(SW)인 리바이벌, MTI, 디아먼트(Diamant) 등을 이용해 1차 복원 과정을 거쳤다. 주로 쓰인 SW는 리바이벌로 유닉스 기반의 옥테인에서만 구동되는 것이다.

 SW에서 자동으로 이미지 복원이 가능하지만 만족도는 60% 수준이었다. 나머지 부분은 영화의 비주얼 효과 전문가로 구성된 팀원 9명이 포토숍, 애프터이펙터, 파이어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프레임 하나하나씩 보정 작업을 했다. 프레임의 손상도와 앞뒤 프레임과의 연관성 정도에 따라 한 프레임을 보정하는데 하루가 꼬박 걸릴 정도로 노력을 요하는 작업이었다. 18개월 동안 총 1170컷, 10만 8852프레임이 수작업을 통해 완성됐다. ‘로보트 태권V’의 디지털 복원을 총괄한 최남식 영진위 영상전략팀 과장은 “사명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운드 복원, 4번째 시도에서 완성=사운드는 샘플링, 복원, 리메이킹 과정을 통해 200여시간을 투입해 완성됐다.

 이 중 가장 까다로운 작업은 샘플링 작업이었다. 원본의 사운드가 워낙 많이 훼손된 데다 유실된 부분도 많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로 녹음된 사운드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컨버터인 ‘Apogee AD8000’을 사용해 사운드 샘플링 작업을 마쳤다. 저장된 사운드는 큐브(Cube)를 이용해 잡음을 제거했다.

 유실된 부분 중 복원이 불가능한 부분과 대사는 김청기 감독의 허락을 얻어 모두 새롭게 작업했다. 더빙과 주제곡은 원본의 목소리와 비슷한 성우를 모두 새로 뽑았다. 이 과정에서 원본을 그대로 본따느냐 현대화 하느냐를 두고 3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90년대 버전, 2000년대 버전을 거쳐 결국 4번째 작업에서는 80년대 느낌이 나게 재구성했다. 가수 최호섭이 6살 때 불러 유명해진 주제곡 역시 목소리가 흡사한 성우가 다시 불렀다.

 최남식 영진위 과장은 “디지털 복원의 의의를 ‘원작의 거친 느낌을 살리는 것’에 두었기에 영상은 물론 사운드 역시 80년대의 향수를 느끼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