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전이다. 그는 기자에게 꿈과 같은 말을 했다. “몇년 후 운용체계(OS)를 만들어 미국에 직접 갖다 팔 계획입니다.” OS가 어떤 제품인가. 소프트웨어(SW) 중의 SW로 엄청난 캐시카우(수익원)를 보장한다. 기술장벽도 높다. 그런데 OS 본토인 미국에 국산OS를 팔겠다니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OS뿐만이 아니다. 그는 데이터베이스(DB)에도 도전하고 있다. 모두 글로벌기업이 전 세계 시장을 꽉 잡고 있는 분야다.
박대연을 어떻게 봐야 할까. 찢어지게 가난한 집 일곱 남매 중의 장남, 뒤늦게 야간 중·고등학교에 들어가 낮에는 사환, 밤에는 학생, 집에서는 소년가장이라는 삼중고에 신음해야 했던 젊은 시절, 32세의 늦은 나이에 은행원 퇴직금을 들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7년 만에 학부와 석·박사를 모두 마친 열정. 이런 삶으로만 보면 그는 인간승리자라고 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밤을 불면했을지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현재 그는 SW분야서도 성공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97년 그가 세운 티맥스소프트는 구메구메 실력을 키우더니 어느 순간 ‘WAS’라는 미들웨어 SW에서 IBM을 제치고 국내 정상에 올랐다. 여세를 몰아 “IBM은 이미 기술력에서 넘어섰고 오라클은 턱밑까지 따라잡았다. 남은 것은 마이크로소프트 하나 뿐”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2010년까지 세계 3대 SW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도 세워 놓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SW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1% 정도다. ‘1%의 SW국가’에서 세계 3대 SW기업이 나온다니 너무나 가슴 벅찬 일이다. 그의 비전은 얼마만큼 실현 가능한 걸까. 기술력으로 보면 티맥스는 국내 최고 수준이다. 천재급 개발자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지인은 티맥스의 천재급 개발자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모 기업이 메인프레임 에러로 고생하고 있을 때 정작 시스템을 공급한 IBM은 이를 해결하지 못해 쩔쩔맸는데 티맥스 개발자가 거뜬히 해결했다는 것이다. 이런 천재들이 밤낮없이 일하고 있는 한 확실히 티맥스 앞날은 밝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티맥스가 MS·IBM·오라클의 3대 글로벌 기업과 대등한 기술 수준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직 성급하다는 여론도 많다. 많은 이들은 “엔지니어만 해도 오라클은 2만여명이고 티맥스는 300여명인데 어떻게 티맥스가 오라클보다 낫겠냐”고 반문한다. 또 “티맥스가 자랑하는 WAS 1위는 국내 시장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글로벌 시장에서는 안 통한다. 티맥스가 기술력에서 IBM을 넘어섰다고 말하는 건 심하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티맥스가 가진 기술력과 그동안의 열정을 보면 글로벌 기업에 우뚝 서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티맥스가 진정 글로벌 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가족경영에 대해 우려 하는 사람들이 많다. 창업 초기라면 몰라도 지금쯤이면 조직의 시스템화와 인재 충원도 글로벌 기준에 맞추라는 것이다.
회사 규모가 1000명이 넘는만큼 ‘멀티플레이어 박대연’ 대신 ‘열린 박대연’이 더 요구된다는 시각도 있다.사실 역발산기개세(천하를 덮을 기개와 산을 뽑을 만한 힘)의 항우가 천하의 건달 유방에 패한 것은 인재를 곁에 두지 못하는 용인(用人)을 잘못해서였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퇴사자들의 말일 지라도 “창업자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곁에 두지 못한다”는 소리 등이 나오는 건 바람직 하지 않다. 투명성 제고와 열린 리더십은 티맥스가 다시 한번 도약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다.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