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고객참여형 상품이 경쟁력

[월요논단]고객참여형 상품이 경쟁력

어느 시장에서건 경쟁의 우위를 가장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해답이 여러 가지 나올 수 있겠지만, ‘고객’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실제로 국내 많은 기업은 90년대 초부터 고객 만족 경영을 도입해 10여년 이상 고객만족이나 고객감동, 심지어 고객졸도 등의 단어를 동원해서 최고 품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비전 선포식이다’ ‘고객 헌장이다’ 하며 요란하게 언론을 통해 홍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2000년 이후 소비자원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 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왜 이처럼 많은 기업과 전문가가 고객 만족, 고객 감동을 목표로 하는데도 불만은 증가하고 고객은 지속적으로 이탈하는 것일까?

 그 원인을 기술이나 품질의 발전으로만 설명하려는 사람도 있지만, 흑백TV와 컬러TV의 사례와 같은 기술 혁신으로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더 이상 품질이나 기술력의 차이만으로 고객을 사로잡기 어려워졌으며, 고객의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유무형 서비스를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서 내놓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고객의 요구는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나는 고객만족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일부 기업에서 시행해 온 고객참여 마케팅을 흥미롭게 지켜봐왔다. 실제로 고객의 의견을 적극 제품에 반영하려는 것에서 시작해 소비 주체로서의 고객이 아닌,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고객으로서의 인식 전환은 일견하기에도 상당히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유명한 이케아 그룹의 조립식 가구도 저렴한 가격이나 개인 맞춤형 서비스에서 그 경쟁력을 찾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이케아 그룹의 마케팅 모태가 바로 고객참여에 기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시골 농가의 작은 수작업 가구업체가 지금의 거대한 그룹으로 성장한 그 원동력에는 대형 경쟁업체를 능가할 자금력이나 서비스가 아닌, 고객참여라는 이케아식 마케팅 방식이 근원에 녹아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IT가 발전하면서 예전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고객 참여의 길이 넓어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적 수준의 IT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고객이 참여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HSDPA와 HSUPA 등 무선 인터넷 기술도 지속 발전해 고객과 상호 교감할 수 있는 환경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 기업에 이러한 환경은 너무나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일본의 모 디지털카메라 업체가 신제품의 테스트베드로 한국을 지목할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참여열정과 높은 식견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이러한 우리의 인적 인프라 환경도 우리 기업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인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자산과 기회를 살릴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개발에 우리 기업은 역량을 모아야 한다. 이미 고객 참여 그 자체를 경쟁력으로 삼았던 국내업체의 지식 검색 사이트나 위키피디아 같은 서비스의 성공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KTF도 다양한 시도로 고객이 직접 참여하고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그 속에서 고객의 요구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최근 음악장터인 도시락 별곡이 네티즌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고객이 직접 자신의 요금제를 디자인하는 ‘SHOW DIY(Do It Yourself)’ 요금제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개별적 서비스의 성공여부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보다는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고객이 상품의 주체로 참여하는 그 과정 자체가 소중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이동통신 사업자뿐만 아니라, 제조사와 기타 많은 기업이 고객 참여형 상품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국민에게는 더욱 큰 가치만족을 제공함은 물론이고 기업에는 외국의 거대기업과 차별화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IT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 산업 분야에서 제2, 제3의 이케아 신화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조영주 KTF 사장 yccho@ktf.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