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가수 윤복희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김포공항에 내렸을 때 한국사회는 깜짝 놀랐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윤복희는 문화충격이자 사회충격이었다. 당시 통념상 여성이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이 상상조차 힘들었던 미니멀리즘 패션은 급속하게 퍼져 1960년대 대유행을 일으켰다. ‘풍기문란’을 이유로 한 경찰 단속과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에도 미니스커트의 유행은 계속되고 있다. 윤복희가 국내에 첫선을 보인 미니스커트가 올해로 꼭 40년이 됐다.
미니멀리즘은 최소한을 뜻하는 ‘미니멀(minimal)’에 흐름·사조를 뜻하는 ‘이즘(ism)’을 덧붙인 합성어다. 디자인을 단순하게 하고 크기를 최소화한다는 뜻을 지닌 미니멀리즘 열풍이 예술과 패션을 넘어 휴대폰·가전제품·게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미니스커트폰’은 홈·나사 등을 없애고 외관상 통화·종료 등의 버튼만 눈에 띄게 하는 등 미니멀리즘을 적용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LG전자의 ‘프라다폰’도 전원과 통화 버튼을 제외하고 모든 인터페이스를 없애 단순함을 살렸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3㎝ 정도의 초소형 스피커 ‘아이팟 미니 스피커’와 오픈마켓에 등록된 종류만 1000여가지나 된다는 캐릭터 미니 선풍기가 큰 인기다. 대작경쟁을 벌여오던 온라인게임 분야에도 캐주얼 게임의 강세와 맞물려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을 선호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최근 공개서비스에 들어간 온라인 비행슈팅게임 ‘비트파일럿’은 단순 조작만으로 스피드와 타격감을 즐길 수 있다.
‘미니스커트 하면 가수 윤복희를 떠올리듯 IT분야에선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떠오른다. 그는 미니멀리즘의 신봉자로 통한다. 그(애플)의 화두는 단순함이다. 초창기 매킨토시를 시작으로 아이팟과 아이폰에 이르기까지 애플의 제품은 버튼을 없애거나 숨긴 단순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미니멀리즘에 보인 그의 집착이 아이폰의 실패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될 정도다.
경기 불황일수록 치마길이가 짧아진다는 속설이 있다. 그런데 올여름도 미니멀리즘의 영향으로 미니스커트와 미니원피스에 이어 팬츠까지 숏팬츠가 유행이다. 게다가 초미니를 넘어 ‘나노 미니’까지 등장하고 있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종윤차장<콘텐츠팀>@전자신문, jy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