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IT문화 이제는 학교다](65) 집단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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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은 웹2.0 이란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웹2.0을 아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웹에서 많은 사람이 다양한 정보를 개방하고, 개방한 정보를 서로 링크해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개념입니다.

 물론 웹2.0의 개념에 대해선 아직 논란이 있습니다. 구글같이 ‘2000년대 미국 실리콘밸리의 닷컴 버블을 이겨낸 기업의 특징이 웹2.0이다’라는 식으로 사례에 맞춰 개념을 잡다 보니 그 실체와 개념이 완벽히 정리됐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죠. 웹2.0 자체가 허구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웹2.0이란 흐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웹2.0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큰 가치 중 하나가 바로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라는 점에 대부분 동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주엔 웹2.0이 발현시킬 수 있는 중요한 결과인 집단지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집단지성은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결정되는 것처럼 ‘독립적인 개인 의견의 집합에서 특정한 과정을 통해 어떤 문제의 답을 구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집단지성을 적용한 대표적 사례인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는 집단지성을 ‘많은 개인의 협력과 경쟁을 통해 발현된 지성이며 고유한 지적 특성을 나타낸다’고 설명합니다.

 윌리엄 모톤 휠러라는 곤충학자가 1911년에 개미를 관찰하다가 개개 독립체가 하나의 생물기관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고 ‘집단마음(collective mind)’ ‘슈퍼오가니즘(superorganism)’이란 어휘를 만든 게 초기 개념화입니다. 그 후 사회학자 피터 러셀이 1983년에 집단지성에 대한 사회적인 정의를 내렸습니다. 미국 잡지인 뉴요커의 칼럼리스트인 제임스 서로위키는 ‘개인이 답을 모르더라도 집단은 매번 정답을 줄 수 있으며 특정 조건에서 집단은 가장 우수한 집단 내부의 개체보다 지능적’이라고 주장했지요.

 개념은 어렵지만 사례로 생각해 보면 간단합니다. 영국 통계학자 프란시스 골턴이 1884년 런던 국제박람회장에서 목격한 황소 몸무게 알아맞히기 대회 얘기가 유명합니다. 그는 소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800명이 제출한 답의 평균값이 실제 소 무게(1198파운드)와 1파운드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기록했습니다.

 또 다른 사례는 약간 복잡합니다. 1968년 미국 잠수함 스콜피온이 실종됐을 때 해군 장교 존 크레이븐은 수학자·잠수함 전문가·인양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팀을 구성해 팀원에게 각자 가장 그럴싸한 시나리오를 따로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는 베이즈 정리란 통계분석 방법으로 답변을 분석해 팀원 개개인의 시나리오와는 다른 실종 위치를 찾아냈고 실제 5개월 후 스콜피온이 발견된 위치는 크레이븐이 지목한 곳에서 불과 200m 떨어져 있었답니다.

 최근엔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레비가 말한 사이버 공간에서의 집단지성 개념이 가장 많이 인용됩니다. 그는 이미 1990년대 초반에 ‘누구나 자신의 공간를 가지고 일종의 공동체를 형성하게 되는 시대가 오고 이때 어디에나 분포하며 지속적으로 가치가 부여되고 실시간으로 조정되며 실제적인 역량을 동원할 수 있는 집단지성이 발현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과 놀랍도록 유사하지요? 그는 대뇌 피질(cortex)이란 단어를 사용해 개인 지성이 실시간으로 모여 형성된 공동체적 지혜를 뜻하는 ‘하이퍼코르텍스(hypercortex)’라는 단어도 만들었습니다.

 ◇독립성·다양성 등 조건 갖춰져야 발현=하지만 언제나 집단지성이 발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임스 서로위키는 △다양성 △독립성 △분산화 △(사고의)결집 메커니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동질적인 집단, 특히 작은 집단은 종종 심리학자 어빙 제니스가 ‘집단사고(groupthinking)’라고 부르는 현상의 덫에 걸려든다”고 지적합니다.

 다양성이 없는 집단은 다양한 집단에 비해 더 쉽게 결집하며 응집력이 높아질수록 외부 의견과 고립되고 집단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죠. 사람의 결정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고 순차적으로 이뤄져도 집단지성은 발현되기 힘듭니다. 몇 사람이 잘못된 정보를 믿고 결정한 뒤 순차적으로 파급되면서 다른 사람들도 동조하는 ‘정보 연쇄 파급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2003년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가 28번째 비행을 마치고 귀환하다가 공중 폭발한 것이 무사안일주의가 팽배한 조직 문화와 만장일치를 강요한 팀 운영, 고정관념에 따라 자기가 믿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이려는 확신 오류가 팽배했던 소집단 운영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라고 설명합니다.

 사고를 결집시키는 메커니즘도 중요합니다. 다양한 정보가 공유되지 못하고 분산만 되어 있다면 어떤 문제를 큰 틀에서 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서로위키는 “미국에 중앙정보국(CIA)·국방정보국(DIA)·국가안보국(NSA) 등 15개 정보기관이 있음에도 정보의 공유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9.11 테러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바로 이것이 미국이 지난 2004년에 15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을 신설한 이유라는 것입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어=집단지성은 여러 형태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리눅스같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독립적인 개별 프로그래머가 리눅스 개선에 자율·자발적으로 참가해 완성도 높은 SW를 만들어냈습니다. 6억명 이상이 글을 올린다고 알려진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도 집단지성을 적극 사용하고 있습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집단지성센터(cci.mit.edu)도 맹렬하게 집단지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날씨포털을 만들어 전 세계 날씨 환경변화 정보를 한 곳으로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P2P 비즈니스, 정치·과학 분야의 미래 예측 등 사실상 모든 영역에서 집단지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어떻게 ‘대중의 지혜’에 참여할 수 있을 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