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로봇특별법, 부처 이기주의는 빼야

 부처 간 갈등으로 얼룩졌던 ‘지능형 로봇개발 및 보급촉진법’이 제정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소식이다. 법제처가 최근 과기부·산자부·정통부·기획예산처 등 유관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로봇법 정부입법정책협의회’를 열어 로봇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그동안 로봇특별법 제정에 큰 관심을 갖고 법제정에 남다른 기대감을 나타냈던 로봇업계 처지에서는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만일 로봇특별법 제정이 무산됐다면 그동안 정부의 로봇 육성정책을 믿고 로봇개발과 로봇사업 진출에 상당한 의욕을 보였던 로봇업계의 정부 정책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을 것이 분명하다. 로봇특별법을 제정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만큼 향후 정부와 산업계가 로봇산업이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자리잡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번 로봇산업법 제정을 둘러싼 논쟁은 적지않은 교훈을 주고 있다. 그동안 개별산업육성법을 놓고 벌어졌던 부처 간 갈등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연됐다는 점이다. 앞으로 이런 갈등을 어떻게 현명하게 풀어갈 것인지 진지한 모색이 필요하다. 산자부는 로봇산업 육성을 위해 특별법 제정이 긴요하다는 시각이었던 데 비해 정통부는 개별산업육성법은 점차 폐기하는 추세며 정부가 과도하게 민간에 개입하게 되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같은 견해 차이는 그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떤 사안이 불거져 부처 간 싸움이 재연될지 걱정스럽다. 이번 로봇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논쟁이 재연되지 않도록 앞으로는 개별산업육성법의 원칙이 세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원칙을 모든 사례에 일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원칙을 한번 세워놓으면 각 부처가 사안이 생길 때마다 개별산업육성법을 제정하려는 폐단은 상당 부분 없어질 것이다. 물론 개별법을 만드는 것이 산업의 육성에 도움이 되겠지만 모든 산업에 국가의 지원을 전제로 하는 개별법을 만드는 것은 문제가 많다. 개별법의 제정은 해당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국민경제 및 과학 발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돼야 할 것이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이번에 로봇특별법 제정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니 앞으로 세부 쟁점을 놓고 부처 간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기를 바란다. 이번에 제정되는 로봇특별법은 로봇산업위원회 신설, 로봇산업진흥원과 전문연구원 설립, 로봇펀드 구성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세부 쟁점 심의 과정에서 정부 부처 간 협력체제 구축이 시급하다면 부처 이기주의의 틀을 과감히 깨고 바람직한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로봇특별법이 특정 부처의 발언권만 높이고 관료들의 일자리를 늘리는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각 입법과정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뜩이나 정부 및 공공기관의 무분별한 확대가 우려되고 있는 마당에 불필요하게 눈총을 받는다면 로봇특별법의 제정 취지가 크게 퇴색할 수밖에 없다. 국회 역시 로봇특별법의 제정 취지를 백분 이해하고 회기 내에 원활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