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의 국어정보화-세종계획](하)­산업에 다가가라

 국어정보화라는 시대적 소명은 세종계획의 첫 삽을 뜬 지난 1998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분명한 사실은 국어 정보화에 대한 산업계의 요구는 크다는 점이다.

다음소프트 이상주 자연어처리연구소장은 “검색이나 시맨틱 웹, 문자 활용(텍스트마이닝) 등 언어정보를 이용하는 회사는 방대한 국어 정보화 자료가 필요하다”며 “개별 기업이 할 수는 없지만 산업적 가치가 크므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의 대장정에 대한 각계의 평가는 향후 국어 정보화 사업의 방향에 대한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박세영 경북대 컴퓨터 공학과 교수는 “세종계획의 성공 여부는 사실 판단할 수 없다”고 평가하면서 “산업에 적용되거나, 활용하면서 피드백을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계획 성과를 활용한 산업계의 서비스 개발이 부진하니, 최종 소비자들이 세종계획의 성과물을 누릴 기회도 적다는 말이다.

박동인 KISTI 책임연구원은 “세종계획 성과물을 홈페이지에 올려놓았으니, 볼 사람은 봐라는 소극적인 확산 정책으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포스트 세종계획’은 ‘산업논리’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국어 디지털화란 무엇인가’라는 연구 주제를 던졌던 10년 전과 달리 현재는 ‘국어정보화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10년 동안의 세종계획 성과 중 계승·발전시킬 요소와 용도 폐기해야 할 요소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바로 산업논리라는 것이다.

김흥규 고려대 민족문화원장은 “1963년 시작한 영국국가말뭉치사업(BNC)은 끊임없이 산업계의 요구를 수용, 2003년에는 차세대 인터넷 언어인 ‘XML’ 버전을 내놓았다”면서 “끊임없이 보수, 수정한 BNC는 변하는 컴퓨텅 환경 속에 살아있는 원천이 됐다”고 말했다.

박세영 교수는 “10년 전과 지금의 정보환경은 다르다”며 “지금은 웹에 디지털화한 자료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이런 변화를 인지하고 산업계로부터 검증과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계는 세종계획 이후의 명맥잇기를 통해 산업계의 수요와 목소리, 그리고 사용자군을 폭넓게 참여시키는 방안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상규 연세대 국어국문과 교수는 “세종계획 첫해부터 거칠고 자신 없더라도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면 10년간 많은 피드백을 받아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품질 유지와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기 위한 시스템은 국립국어원이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현재 불명확한 세종계획 성과물에 대한 지적재산권리(라이선스)를 제대로 정립하는 작업의 필요성도 얘기되고 있다. 국가가 투자한 사업이니 만큼 라이선스를 엄격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 문호를 폭넓게 개방하자는 지적이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정보화사업이 실효성을 거두고 산업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국립국어원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문화부 외에도 정통부, 산자부, 과기부 유관부서와의 협력 필요성까지 얘기되고 있다.

문화부와 국립국어원이 내년 10월9일 한글날에 세종대왕을 떳떳하게 뵐 수 있을지 여부는 이제부터의 실천에 달려 있는 셈이다.

류현정기자·이수운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