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이슈](1) 박상봉 구미혁신클러스터추진단 과장

 차가운 디지털 시대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람이 더욱 그리워진다. 기업현장에서 또는 첨단 산업이 있는 곳이라면 꼭 만나야할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이야깃거리도 있다. 매주 금요일에는 지방 IT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참 일꾼의 진솔한 이야기와 지역 현안 등을 담아 연재한다.<편집자 주>

그를 찾아간 날은 하얀 목련이 떨어지고, 꽃망울을 터뜨린 벚꽃이 따스한 봄바람에 몸을 떨고 있었다.

“기술력이 있어도 중소기업이 성공하기는 참 힘든 것 같아요. 그동안 나름대로 지원했는데 대박 난 기업이 없으니… 거참.”

문단활동 26년 만에 첫 시집 ‘카페 물땡땡(만인사 펴냄)’을 출간한 지 딱 1년이 지났다. 시를 이야기할 줄 알았던 그의 입에서 대뜸 기업을 걱정하는 말이 먼저 나온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구미혁신클러스터추진단 산학협력팀에서 과장이란 직책을 맡고 있는 박상봉 시인(50).

 구미공단 첨단 중소 IT기업의 산학협력을 지원해 새로운 사업아이템을 찾아주는 일이 그의 업무다. 시인이기에 앞서 기업지원기관의 직원으로서 고민이 더 컸던 모양이다.

 1983년 이후 박기영·안도현 등과 동인지 ‘국시’를 통해 작품을 발표했고, 그 후 85년 대구 봉산동에 전국 최초로 문화공간 겸 북카페 ‘시인’을 운영했었던 이가 바로 그다. 그 후 ‘궁핍한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1992년 구미산업단지공단에 입사한 뒤 10년간 절필하다 다시 시를 쓰기 시작했고 그 첫 결실이 바로 시집이다.

그는 지금 추진단에서 이노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구미공단 기업인들이 인적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장소인 이노카페는 그가 운영했던 카페 시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노카페에도 책장에 시집 등 문학서적들이 꽂혀 있고 한 쪽에는 지역 IT기업들이 개발한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시는 정서적 공감대를 만들어 마음을 여유롭게 하고 희망을 줍니다. 이노카페도 사람과의 교감을 통해 기업활동이 원활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가교역할을 합니다.”

 구미공단에서 그는 시와 IT의 절묘한 만남을 주선한 인물로 유명하다. 지난해 3월 열렸던 문화포럼 구미디지털 시낭송회에서는 참석자들이 색다른 체험을 했다. IT기업이 개발한 블루투스 무선기술과 액자형 스피커를 시낭송과 접목한 것.

그 후 이들 두 IT기업은 서로의 기술을 자사의 신제품 개발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박 과장은 지난 1년 동안 지역 첨단중소기업 CEO들을 초청한 가운데 시 강연, 시 노래, 영화상영 등 다양한 문화포럼을 개최했다.

“경직된 IT는 성공 못합니다. 그것을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이 바로 문화나 예술이라고 봅니다. 그래야만 창의적인 발상이 나올 수 있습니다.”

IT기업인들에게 문학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그의 대답이다.

대구=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