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모티즌<모바일+네티즌> 세상이었다!

릴레이 이슈 대기획 무선 망 개방이 해답이다

그곳은 모티즌<모바일+네티즌> 세상이었다!

 르포-무선망 개방, 새 시장이 열린다

 

 일본 도쿄의 온라인 게임 회사에 근무하는 시미즈(32세). 그는 퇴근 후 집에서 하루 두세 시간씩 인터넷에 접속한다. PC가 아닌 휴대폰을 통해서다. NTT도코모의 i모드에 들어가 e메일 송수신, 뉴스 검색은 물론이고 커뮤니티 서비스까지 즐긴다. i모드에서 찾기 힘든 사이트는 바로 빠져 나와 주소창에 URL만 입력해 접속한다. 요즘에는 ‘믹시(www.mixi.jp)’라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재미에 푹 빠져 있어 아예 초기화면으로 설정해 놨다. 요금은 음성 통화 포함 월 5000엔(약 5만원)을 넘지 않는다. “처음에 i모드에 들어간다는 것 외에는 유선 인터넷과 별반 다를 게 없고 콘텐츠도 풍부하기 때문에 요금이 별로 아깝지 않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런던 소재 마케팅 회사에 근무하는 스티브(28세)는 최근 보다폰 매장을 들렀다가 기분좋은 계약을 했다. 단말기나 약정기간을 바꾸지 않고도 5파운드(약 1만원)만 추가하면 모바일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데이터 정액제에 가입했기 때문. 무선 포털인 보다폰라이브를 통해 구글·페이스북·유튜브 등을 즐기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사이트로 주소창 입력만으로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스티브는 평소 PC로 즐겨찾는 교통 정보 사이트(www.tfl.gov.uk)를 휴대폰으로 접속할 수 있게 돼 너무 흐뭇하다. “당초 내비게이션 기능이 있는 최신 단말기를 구입하려고 했었다”는 그는 “콘텐츠가 생각보다 풍부하고 비용도 저렴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시미즈처럼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은 이미 8000만명을 넘어섰다. 영국에서 보다폰 모바일 데이터 정액제에 가입한 사람은 최근 1년에만 150만명이다. 더디게 움직이는 프랑스조차도 최근 18개월 새 모바일 인터넷 이용자를 1200만명에서 1700만명으로 늘렸다. 나라별로 상황은 다르지만 그동안 ‘휴대폰=음성 통화기’로 인식해온 이용자들이 ‘휴대폰=인터넷 단말기’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모든 것이 최근 2∼3년 새 두드러진 변화들이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이끌었을까. 그동안 폐쇄적인 무선망 정책을 고수했던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망개방 전략이 불러온 변화였다.

 전자신문이 최근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4개국을 현지 취재한 결과 보다폰·NTT도코모·오렌지 등 글로벌 이동통신 기업들은 2∼3년 전부터 폐쇄적인 무선망 정책을 버리고 △접속 경로 개방 △외부 포털·콘텐츠 업체 발굴 △다양한 정액제 출시 등을 통해 10억명 휴대폰 이용자를 겨냥한 신시장 개척에 본격 나섰다.

 이토 노리아키 NTT도코모 부사장은 “2002년 외부 포털이나 CP에 무선망을 개방할 당시 우려가 많았고 실제로 망 개방 후 2∼3년은 매출이 크게 늘지 않았다”며 “하지만 2004년 풀브라우징 서비스가 시작되고 콘텐츠가 늘면서 시장 효과가 나타났고 이제 우리는 한발 앞선 또 다른 비즈니스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망 개방에 가장 앞서 있는 일본의 모바일 콘텐츠 시장 규모는 10조원 이상(1조1000엔)으로 2000억∼3000억원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의 50배에 달한다. 보다폰 역시 보다폰라이브에 검색박스를 게재하고 외부 포털로의 자유로운 접속과 공격적인 정액제를 시작하면서 유럽지역 데이터 정액 가입자를 200만명으로 크게 늘렸다. 데이터 매출 비중도 29%까지 증가했다.

 각국 정부의 노력도 돋보인다. 프랑스는 이통사가 특정 모바일 인터넷 사업자를 차별할 수 없는 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 통신위원회인 장 프랑소와 ARCEP 홍보담당 이사는 “정책적으로는 모바일 인터넷 활성화에 걸림돌이 하나도 없다”며 “관건은 얼마나 좋은 서비스가 나오느냐 일 뿐”이라고 말한다. 노부히라 니시가타 일본 총무성 서기관은 “일본의 모바일 인터넷 정책은 기본적으로 유선 인터넷과 같아서 사업자 규정만 맞으면 누구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도 최근 낙찰된 700㎒ 주파수 경매 과정에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무선망 개방을 대전제로 제시하면서 빅뱅을 예고했다. 로버트 케니 FCC 국장은 “더욱 경쟁적인 시장을 만들 수 있는 ‘개방’을 진흥시키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2001년 가장 먼저 망개방 논의를 시작했지만 6∼7년째 진전을 보지 못한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모바일 콘텐츠 제공업체(CP)는 문을 닫았고, 소비자는 비싼 요금에 볼 것 없는 서비스를 외면하고 있으며, 이통사의 매출은 몇 년째 제자리다. ‘모바일 강국’이 ‘모바일 인터넷 약소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면 시장은 따라오게 마련”이라는 보다폰 이사의 말은 모바일 인터넷 활성화 해법이 결코 멀리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런던(영국)=김민수기자 mimoo@

 도쿄(일본)=한정훈기자@

 워싱턴·샌프란시스코(미국)=최순욱기자@

 파리(프랑스)=이수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