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반도체 업계 등에서 불거진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와 관련해 지급 시 주주총회 승인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상법 개정을 논의 중이라고 6일 밝혔다. 회사 주인인 주주와 투자자를 배제한 채 경영진과 노조가 막대한 수익을 나눠 갖는 구조로는 기업의 정상적인 투자 유치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김 장관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반도체 기업이 거둔 이익은 '공유'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전액 재투자되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특히 반도체가 국가의 유일한 '전략 자산'이라며 투자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그는 “반도체 기업이 번 돈은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전액 재투자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오히려 기업이 수백조를 벌면 정부가 전력과 용수 인프라 등에 수십조를 더 보태줘야만 1조달러 규모로 커질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중국과 경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K자 성장(양극화)' 문제를 반도체 이익 배분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를 경계했다. 일각에서 요구하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에 대해서는 “회사의 주인인 주주와 투자자의 이익에 반하는 월권”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영업이익을 무조건 나누는 식의 구조는 자본주의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한다”며 성과급 지급 시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향으로 상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가 첨단산업의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 인력 등에 씌워진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로제'가 족쇄가 되고 있다는게 김 장관 판단이다. 그러면서 경쟁 상대인 중국 IT 기업들의 '996(오전 9시 출근·오후 9시 퇴근·주 6일 근무)' 및 '9126(자정 퇴근)' 문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이 문제는 단순히 반도체 업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열심히 일해 성취하려는 청년과 스타트업, R&D 인력들의 의지와 의욕을 국가 제도가 강제로 꺾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으로 화두가 된 유통 생태계 재편과 관련해선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규제 완화 방침을 공식화했다. 김 장관은 “현재 대형마트 등에 가해지는 규제는 유통 시장이 오프라인 중심이었을 때 만들어진 낡은 방식”이라며 “건전한 유통 생태계를 위해서는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온라인 시장에서 기울어진 운동장 없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쿠팡이 자사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고 미 의회 등에 로비를 벌이면서 촉발된 유통 구조 개편 목소리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그는 '쿠팡 규제=미국 기업 차별'이라는 미 의회 주장에 “본질은 한국 성인 80%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고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심각한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