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인터넷](2) 단속·처벌에만 의존…BM이 설 자리가 없다

[新인터넷](2) 단속·처벌에만 의존…BM이 설 자리가 없다

 미국 방송사 NBC와 폭스(FOX)가 합작해 올 3월 문을 연 무료 동영상 서비스 훌루닷컴(www.hulu.com).

 사이트 오픈 6개월이 채 안 돼 조회 수가 1억5000만건을 넘고 지난달 이용자가 320만명을 넘어서는 성과를 보였다. 최근에는 광고회사와 제휴해 동영상에 광고를 붙이는 수익모델을 만들고 있다. 아직 상업적인 성공 여부를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이 서비스는 전통 미디어가 뉴미디어 환경에 적극 대응하는 전략으로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미국은 저작권 보호가 가장 강력한 나라 가운데 하나다. 미국 콘텐츠 산업 규모는 약 1조달러(1100조원)로 세계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보호해야 할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국익과 직결되는 저작권을 강하게 발동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NBC와 폭스는 무료 동영상 서비스를 할 게 아니라 강력한 저작권을 등에 업고 ‘누가 위법행위를 저질렀는지’만 파악해 막대한 수익을 챙길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왜 성공 가능성도 불확실한 이 같은 시도에 투자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워싱턴에서 만난 미국 컴퓨터·통신협회(CCIA) 에드 블랙 회장은 “너무 많은 보호는 보호를 거의 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시장 효과가) 좋지 않다”며 “지재권 제한을 좀 더 풀어 시장에서 많은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BM 설 자리 없는 국내 콘텐츠 시장=국내 방송 3사가 자사 홈페이지 외에는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과금 방식도 몇 년째 유사하게 고수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음악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음악은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하던 시기, 서비스와 디바이스를 연동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1곡에 99센트의 유료 음악 시장을 개척했고 현재 디지털 음악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데저닷컴은 공짜지만 합법적인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광고 수익은 저작권자와 나누고, 이용자는 무료로 듣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부분 월 정액제에 스트리밍·다운로드라는 획일화된 상품을 제공하는 우리나라 음악 서비스와는 역시 비교된다.

 영화도 합법 다운로드를 할 수 있는 서비스가 거의 없다. 씨네21i, KTH 등이 합법적인 다운로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저작권 문제 해결을 못한 경우가 대다수여서 제한된 콘텐츠만 제공하는 실정이다.

 국내 저작권 문제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비즈니스 모델(BM)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용자는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콘텐츠를 향유하고 있는데 저작권자나 콘텐츠 기업은 오프라인 시절을 추억하며 침해의 잣대만 들이대기 때문이다. 프랑스 동영상 기업인 vpod.tv의 로드리고 슐츠 CEO는 “중국 베이징의 대표적인 미디어 기업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CD를 팔아서 버는 수익은 전체 매출의 3%도 되지 않았다”며 “음반사·영화사들은 더 이상 CD 판매나 VOD를 판매해서 수익을 올릴 생각보다는 발상의 전환을 꾀하는 것이 이후 사업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티즌은 잠재 고객…단속·처벌로는 근본 해결 안 돼=저작권은 상업적인 권리다. 따라서 자신의 저작물이, 혹은 자사의 저작물이 좀 더 성공을 거두기 위해 다양한 상품 구성, 요금 옵션, 프로모션 등을 벌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콘텐츠 시장은 다양해진 유통 채널에 대한 고민보다는 처벌과 단속에만 과도하게 의존한다. 정부의 정책 방향 역시 이를 부추기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신규 서비스 개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엠더블유스토리는 스타 동영상을 활용한 서비스를 준비하다가 저작권 문제 해결의 어려움 때문에 현재 사업을 중단했다. 합법 서비스를 하려다 보니 동영상을 제작한 방송사, 실연권이 있는 연예 매니지먼트사 및 신탁단체, 음악 저작권 단체 등을 찾아가 일일이 설득해야 하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한 대표는 “법도 지키고, 저작권자 이해도 시키려다 보니 참 힘들었다”며 “해외에서는 다양한 사업 기회에 도전해 가치를 창출하는데 우리 저작권자들은 너무 폐쇄적이다”고 토로했다.

 한 포털서비스 업체 기획팀장은 “애초에 저작권 분쟁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고려를 하지 않는다”며 “고소, 고발에 말리느니 안전하게 가자는 분위기에서 획기적인 모델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의 주체인 저작권자가 법적 처벌과 단속에만 호소해서는 오히려 저작물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는 뜻밖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대희 고려대 법대 교수는 “우리나라 저작권자들은 정부가 모든 걸 해결해 주길 바라는 경향이 있다”며 “불법 사이트 폐쇄시 이를 비즈니스로 대체할 사이트가 없다면 결국 또 다른 불법만 양산할 뿐”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채팀=조인혜차장(팀장), ihcho@etnews.co.kr, 런던(영국)=김민수기자, 도쿄(일본)=한정훈기자, 파리(프랑스)=이수운기자, 워싱턴·샌프란시스코(미국)=최순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