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 국내 금융시장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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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습국면에 들어갔던 국내 금융시장이 미국발 금융위기로 패닉 상태에 빠져들 전망이다. 당장 리먼브러더스 등에 투자한 우리나라 금융사들의 손실이 불가피해졌으며, 글로벌 증시의 패닉 우려가 우리 증시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국 금융시장의 긴박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16일 오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이 참석하는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금융회사의 손실과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 4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는 15일 전격적인 파산신청을 했으며,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됐다. 미 최대의 보험사 AIG도 구조조정과 함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부터 400억달러 규모의 브리지론을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먼브러더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파산 신청이 이사회의 승인을 받았으며 뉴욕 서던 지구의 미국 파산법원에 관련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먼브러더스는 150년 역사를 지닌 월가의 투자은행이다. 지난해 발행한 모기지증권(MBS)이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경영위기를 겪자 우리나라 산업은행을 비롯해 바클레이즈, BOA 등과 매각 협상을 벌였으나 잇따라 결렬됐다. 바클레이즈, BOA 등은 리먼의 잠재 부실채권에 대한 미 정부의 보증을 요구했으나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난색을 표명함에 따라 인수를 포기했다.

 94년 역사의 미 최대의 증권사 메릴린치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BOA는 이날 메릴린치를 500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양사의 이사회도 협상을 승인했다. 협상은 리먼브러더스 인수 문제를 논의했던 BOA가 전격적으로 방향을 틀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리먼브러더스가 풍전등화에 놓인 상황에서 리먼의 다음 차례로 거론돼온 메릴린치는 다급한 상황에서 초고속으로 협상을 벌였고 연방준비은행 관계자들도 메릴린치의 매각 협상을 독려했다.

 극심한 신용경색과 주가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은 AIG도 심상치 않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이날 세부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AIG가 FRB로부터 400억달러의 브리지론을 받는 방안을 추진중이나, FRB가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AIG가 신용평가 업체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피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면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현실화될 경우 AIG는 단지 48∼72시간만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됐다. 우선 파산을 신청한 리먼브러더스에 투자한 국내 금융회사들은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들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리먼 브러더스에 주가연계증권(ELS) 7억2000만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릴린치에 투자한 국내 금융회사들은 BOA의 주당 인수가격보다 평균 매입단가가 낮아 일단 당장 피해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BOA는 메릴린치를 시세보다 70%나 비싼 주당 29달러, 500억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했다. 메릴린치에 2조원을 투자한 한국투자공사(KIC)는 7월 말 주당 27.5달러에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BOA가 KIC 지분도 같은 조건으로 인수할 경우 주당 1.5달러의 시세 차익을 보게 된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리먼의 파산사태에 대해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기는 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정리된 셈”이라며 “미국 금융시장의 부실들이 빠르게 정리됐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신호가 되겠지만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다시 강화되는 등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상희기자,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