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 위기는 곧 미국 벤처 위기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과감한 벤처 투자→벤처 기업 공개→고용 확대 및 자금 재투자’로 전 세계 IT 시장을 이끌어 온 미국식 벤처 순환 고리가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됐다. 다트머스대에서 사모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콜린 브레이든 상무는 C넷과의 인터뷰에서 “기술 업계에 신선한 피를 공급해 준 인수합병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지난 8년간 미국 벤처들의 인수합병 건수는 연평균 350건에 달했으나, 올 들어 눈에 띄게 줄었다. 전미벤처캐피털협회(NVCA)에 따르면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은 기업들의 M&A 건수는 2007년 355건에 달했으나 올해 상반기 120건에 그쳤으며, 하반기에는 더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주식 시장은 이미 ‘IPO 위기’를 맞았다. 기술주 IPO는 역대 최악의 수준이다. 벤처캐피털 투자 기업 중 올해 주식 상장에 성공한 기업은 6개 뿐이다. 특히 지난 2분기에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단 1개 기업도 상장하지 못했다. 마크 헤센 전미벤터캐피털(NVCA) 회장은 “벤처에 투자된 자금은 보통 IPO나 M&A를 통해 회수되는 데, 이 흐름이 원활치 않다”면서 “이는 향후 최소 6개월 동안 벤처 기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아웃소싱 대국’ 인도에는 당장 빨간불이 들어왔다. 파산을 신청한 리먼브러더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매각된 메릴린치 등은 대규모 IT 투자를 해온 큰손 리먼과 메릴린치가 직간접적으로 고용하고 있는 인도 IT아웃소싱 인력만 1500명에 육박하고 있는데 합병과 인수 등 구조조정 작업에서 우선적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IBM, 오라클, HP 등 대형 IT기업들은 ‘리먼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합병 회사간 인프라 통합 등의 반짝 수요는 있겠지만, 꾸준히 대규모 IT 예산을 쏟아부을 수 있는 금융업체는 이제 골드만 삭스·모건 스탠리·BOA·JP 모건 정도 등 손으로 꼽을 수준으로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
류현정기자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