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통신 시장 최대 키워드는 단연 KT와 KTF 간 합병이다.
유선통신 1위 사업자 KT와 이동통신 2위 사업자 KTF 간 합병은 유무선 통신을 아우르는 ‘컨버전스’기업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통합KT’ 출범은 통신과 방송·초고속인터넷을 단일사업자가 서비스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즉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이동통신·IPTV 등 유무선 통신 서비스를 단일 사업자가 제공할 수 있게 됨을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같은 상징적 의미는 물론이고 KT와 KTF 합병은 유무선 통신 시장 경쟁 구도에 전면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사실상 ‘태풍의 눈’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KT와 KTF 간 합병은 이동통신 1위 사업자 SK텔레콤과 유선통신 2위 사업자 SK브로드밴드 등 SK그룹을 비롯해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등 LG그룹의 전략적 판단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KT와 KTF가 합병해 명실상부한 ‘컨버전스’기업으로 변신하면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LG텔레콤과 LG데이콤·LG파워콤이 ‘통합KT’와 규모의 경쟁을 위해 합병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KT와 KTF를 시작으로 유무선 통신사업자 간 연쇄적 합병 등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따라서 KT와 KTF 합병이 우리나라 통신 역사에 하나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KT와 KTF가 유무선 통신 시장 정체로 인한 돌파구로 합병을 선택하고 지난 2007년을 기점으로 합병을 준비해온만큼 실제 합병은 시간 문제일 뿐 더 이상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가능성으로만 회자됐던 KT와 KTF 합병이 이르면 이번주를 기점으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KT 사장 후보로 단독 추천된 이석채 후보자가 오는 14일 KT 임시 주주총회에서 KT와 KTF 간 합병 방침을 천명하는 동시에 최대한 빠른 속도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예전 정통부 장관을 지낸 이 후보자와 정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할 것으로 예상돼 ‘속도전’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KTF 지분 54.25%를 확보한 KT가 합병을 위한 이사회 결의를 시작으로 규제기관의 인가 등 KT와 KTF 합병에 필요한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 이르면 상반기에 ‘통합KT’ 출범을 선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3월로 예정된 KT 정기주총 이전에 합병 계획을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 합병 인가를 신청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시내전화 및 초고속인터넷 시장지배적사업자 KT가 KTF 합병 행보를 본격화함과 동시에 유무선 통신 시장은 치열한 논리전으로 한 차례 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인가 조건 및 경쟁 상황 평가 등을 둘러싼 KT·KTF 진영과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LG텔레콤과 LG데이콤·LG파워콤 간 갑론을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KT그룹은 유선 부문 1위면서 무선에선 2위 사업자, SK그룹은 유선 부문 2위면서 무선에선 1위 사업자라는 상반된 구도가 합병을 바라보는 키워드로 부각돼 흥미를 더욱 배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간 간헐적으로 제기돼온 시내전화 망 분리 등 ‘통합KT’의 시장지배력 이슈가 본격화될 것임이 자명하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은 시내전화 망에 대한 배타적인 통제력이 유지되면 IPTV와 인터넷전화(VoIP) 등 신규 서비스 시장으로의 지배력 전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KT가 과거 공기업 시절부터 구축해온 시내전화 망을 분리, ‘통합KT’로의 지배력 전이를 최소화하는 등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논리다.
시내전화 망 중립성이 향후 공정경쟁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는 셈이다.
이 같은 주장을 놓고 KT는 수차례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시내전화 외에 대체재가 충분한데다 보편적 서비스를 위해서라도 일방적인 시내전화 망 분리는 곤란하다며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KT와 KTF 합병이 순서에 따라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경쟁사업자가 대응 논리를 개발하고 ‘통합KT’와 유효 경쟁을 위한 전략적 선택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KT·KTF 합병으로 비롯되는 2009년 유무선 통신 시장 향방을 예단하기 쉽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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