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인을 찾아서]정상원 네오위즈게임즈 부사장

[디지털 장인을 찾아서]정상원 네오위즈게임즈 부사장

 “대한민국 온라인게임 업계는 지금 기회를 맞았습니다. 해외 유명 콘솔 게임사들이 생존을 위해 몸집 줄이기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인수합병과 투자로 그들이 체력을 회복했을 때를 대비해야 합니다.”

 정상원 네오위즈게임즈 부사장(39)은 현재 국내 게임 업계를 이렇게 진단했다. 정 부사장은 1996년 넥슨에 입사, ‘바람의 나라’를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네오위즈게임즈까지 13년여를 게임과 함께했다.

 대학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했던 정 부사장은 대학원 시험을 준비하며 조용히 공부할 장소를 찾았다. 그러다 발견한 곳은 학교 전산실이었다.

 “조용해서 공부하기 딱 맞았죠. 그곳에서 몇몇 학생들이 텍스트머드 게임을 하는 것을 보면서 컴퓨터와 인터넷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정 부사장은 예정된 대로 분자생물학과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학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학업을 중단하고 삼성SDS에 입사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게 됐다.

 “대기업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경직된 조직문화는 많이 답답했어요. 뜻이 맞는 몇 명이랑 창업을 준비했죠. 그렇게 ‘블루버드’란 회사를 차렸는데 그곳에서 게임을 만들진 못했어요.”

 블루버드를 나온 정 부사장은 바로 옆 사무실에 있던 넥슨에 둥지를 틀었다. 게임과 그의 인연은 그렇게 필연처럼 다가왔다. 그 당시 넥슨은 직원 10명이 채 안 되는 막 시작한 신생회사였다. 그는 그곳에서 ‘바람의 나라’ ‘어둠의 전설’ ‘퀴즈퀴즈’ 등의 게임을 총괄 제작했다.

 “처음 바람의 나라를 서비스했는데 동시 접속자가 20∼30명이었어요. 정말 한심했죠. 그렇지만 너무 재미 있었어요.”

 그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게임에 대한 열정을 꺾지 않았다. 결혼을 한 후 집에 생활비를 가져다 주지 못하면서도 그는 게임을 놓지 않았다.

 “게임 제작은 일손이 많이 가는 일입니다. 어느 산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게임은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인재가 꼭 필요한 분야입니다.”

 정 부사장은 최근 게임 분야에서 훌륭한 인재 찾기가 어려워졌다며 게임 개발은 더 이상 3D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게임사에는 MTI 출신 등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며 국내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그는 게임 개발자와 프로듀서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이제 게임 개발에서 아이디어만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정상적으로 학업을 마치고 단계를 밟아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