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毒을 藥으로 바꾸자] 암 정복 게임 ‘리­미션’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게임 毒을 藥으로 바꾸자] 암 정복 게임 ‘리­미션’

 ‘최첨단 나노 로봇을 타고 환자의 몸 속에 들어간 주인공. 주인공은 외계인이 아닌 암세포와 사투를 벌인다. 환자의 몸 속에는 여러 종류의 암세포가 도사리고 있다. 주인공은 암 종류에 적합한 치료무기를 선택해 암세포가 전이되기 전에 재빨리 제거해야 한다. 뇌종양에 걸린 사람을 위해 주인공은 필요한 약품을 챙겨 환자의 뇌 안으로 들어가 종양을 물리쳐야 한다. 이 밖에 위암·대장암·호치킨스 병 등 다양한 종류의 암세포와 사투를 펼치게 되는데….’

 1987년 개봉한 ‘이너스페이스’의 한 장면 같지만 실은 게임 이야기다. 미국 캘리포니아 청소년 암환자 연구센터 호프랩이 개발한 ‘리-미션(re-mission)’이란 게임의 큰 줄거리다. 게임은 언뜻 보면 단순한 슈팅 게임 같다. 하지만 게임 속에 과학적인 암 상식을 녹여 공포감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게 암 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슈팅으로 암을 물리쳐야 하지만 이 게임은 무조건 암세포를 정확히 맞힌다고 퇴치되지 않는다. 게임에 등장하는 20개의 미션에는 각각 다른 종류의 소아암을 앓는 환자들이 나오는데, 게이머는 암 종류에 따라 그에 맞는 치료무기를 사용해서 암세포를 공략해야 클리어할 수 있다는 게 포인트다. 이렇게 해서 단순히 소아암 환자들에게 병마와 싸울 용기를 주는 것 뿐 아니라, 자신의 암이 어떤 종류이고 무슨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지 환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그렇다면 실제 효과는 있을까.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 연구팀이 이를 알아보기 위해 13∼29세의 남녀 암 환자 375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리-미션’ 게임을 하게 했고 또 다른 한 그룹은 일반 어드벤처 비디오 게임을 하도록 했다. 그룹별로 1주일에 한 시간 이상씩 3개월 동안 게임을 한 결과, ‘리-미션’을 한 그룹이 게임에 나온 내용대로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 항암제와 항생제 복용에 대한 정보 등을 많이 습득해 화학요법과 항생제 등 항암치료에 더 많이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적극적인 치료가 게임을 통해 가능했단 얘기다.

 연구팀은 “(암 치료용) 게임이 청소년과 젊은 성인 암 환자들이 항생제 및 항암제 치료를 따르게 하고 암에 대한 지식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위트레흐트대학 연구팀의 보고서는 소아과학저널에도 발표됐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