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자동차와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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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자동차와 인터넷

 TV 드라마 속 인물들의 주된 사망원인은 암이나 백혈병과 같은 불치병이다. 시간을 조금만 돌려 1980년대를 기억해보면 드라마 속 사망원인 1위는 불치병이 아닌 교통사고였다. 실제로 1980년 교통사고 사망통계를 보면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수가 무려 59명이나 된다. 2위 국가인 포르투갈(13.3명)에 비해 4배 이상이나 많다. 우리는 부끄러운 세계 1위를 벗어나자고 해마다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마침내 1997년 세계 1위 타이틀을 벗어버릴 수 있었고, 2007년에는 30개국 중 28위를 차지했다.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문화에서도 선진국이 됐다.

 시간을 다시 돌려 현재를 보자. 그렇다면 21세기에 자동차 산업과 비교되는 것은 무엇일까. 정보 고속도로로 불리는 인터넷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최근 방통위는 인터넷에서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전기사업법 위반과 같은 범죄 행위가 일어날 수 있다며 인터넷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저해하는 게시판 실명제를 강행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인터넷 콘텐츠 접속체계가 혼란스럽다며 인터넷주소자원법 개정으로 공인이든 사설이든 인터넷 주소체계를 모두 국유화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하지만 인터넷은 태생적으로 무질서하고 혼란스럽다. 인터넷 주소체계를 창시한 존 포스텔 USC 교수는 동료들과 인터네트워킹을 시작할 때부터 정보를 통제하거나 정리할 생각이 없었다. 정보를 향유하고 가공하는 자의 몫이자 철저히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넷 바다에서 유용한 정보만 뽑아 검색해주는 검색엔진이 최고의 비즈니스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1980년대는 정책적, 가격적 요인으로 국산차만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세계가 하나인 지금의 인터넷 서비스는 완전히 다르다. 규제 일변도의 정부정책은 사용자로 하여금 한국 인터넷업체의 서비스를 떠나게 해 자칫 대한민국 1위 검색엔진이 구글, 인터넷 쇼핑몰은 e베이가 될지도 모른다. 인터넷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자동차 산업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사용자, 서비스 업체,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윤원철 가비아 경영기획부 차장 won@gab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