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강국코리아, 다시 시작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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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기술(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생태계 중심 축인 ‘통신’의 위기감이 예사롭지 않다.

 통신 자체의 성장 속도는 갈수록 둔화되고 있고 반복되는 통신요금 인하 압박과 발목 잡는 규제 등 이른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마디로 통신 활기를 찾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지만 통신의 역할론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998년 사상 초유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당초 계획보다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통신을 정점으로 한 IT’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를 상기하듯 미국 금융위기로 야기된 현재의 위기 극복 해결사로 통신의 손길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사업자 앞에 놓인 현실은 간단치 않다.

 통신사업자의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 보상(인센티브)에 대한 통신사업자의 요구는 항상 그들(?)만의 아우성으로 치부되는 실정이다.

 ‘네트워크 투자 촉진을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 유인요인이 필요하다’ 혹은 ‘네트워크에 투자하는 사업자가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통신사업자 진영의 목소리는 기득권을 확대·재생산하려는 이기주의적 태도로 평가절하되기 일쑤다.

 합리적 토론을 기대하는 것은 통신사업자의 욕심에 불과하고, 통신사업자의 간절함은 오히려 통신사업자를 비난하는 빌미의 단초가 되곤 한다.

 이동통신(MVNO)과 와이브로 등 신규 경쟁자 진입과 주파수 회수 및 재배치 등도 통신사업자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통신사업자가 희생(?)해야 하는 부분도, 적지 않은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통신사업자의 존립 기반을 훼손할 것이라는 극단적 평가도 제기된다.

 하반기 통신시장 최대 화두가 될 800㎒ 등 황금주파수 회수 및 재배치에 대한 통신사업자의 고민은 이미 깊어질 만큼 깊어진 상태다.

 지난 2000년 정보통신부는 시장수요 예측 등을 근거로 2.1㎓ IMT2000 주파수를 1조3000억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할당했다. 이 같은 가격은 ‘꿈의 이동통신’으로 불리는 IMT2000이 사업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분위기와 이를 토대로 내놨던 장밋빛 가입자 전망치에 근거했다.

 정통부는 IMT2000 가입자가 2004년 900만명을 시작으로 2006년 1400만명, 2008년 2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2009년 5월에야 2000만명을 넘었다.

 이 같은 전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800㎒ 등 황금주파수 할당 대가가 과중해서는 안 된다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하지만 규제기관과 역학 관계 등을 감안하면 이 같은 인식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게 쉽지 않다.

 주파수가 국가의 한정된 자원인만큼 적정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사업자 투자 의지를 위축시키고 투자 여력을 감소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주장만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비스 발굴 및 이용자 복지 향상 등 통신 본연의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은 요원한 꿈이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통신사업자에게 의무만 존재할 뿐 권리를 찾기란 불가능하다는 하소연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통신사업자가 내수 침체와 포화된 시장, 정체된 성장률 등으로 이중삼중의 어려움에 직면한 가운데 전례 없는 변화와 혁신을 거쳐 이런 역할에 부응하는 동시에 제2, 제3의 도약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을 정도다.

 변화와 혁신을 단행,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건전한 ICT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게 통신 사업자의 굳은 각오다.

 과거 초고속인터넷과 CDMA 성공신화가 이끌어 낸 ICT 생태계가 통신에 집중된 수평적 모델이라는 평가 아래 통신사업자는 ‘ICT 융합’을 앞세워 통신뿐만 아니라 콘텐츠와 소프트웨어(SW)·방송·조선·자동차 등 다른 산업과의 연계·발전을 기반으로 한 수평적 ICT 생태계 모델을 구현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정보통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7%, 수출의 35%를 차지한 것처럼, 정보통신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식지 않는 성장엔진이다. ‘IT코리아’를 넘어 ‘ICT코리아’ 구현을 위해 통신이 앞장서야 한다는 방증이다.

 역차별이라는 주장에 현실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퍼붓기 이전에 통신사업자가 철저히 서비스와 시장 논리에 따라 경쟁하고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살펴봐야 한다. 이는 시장 자율 중심의 최소 규제로, 최대 효과를 위한 지렛대라는 반문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통신의 지속적 성장·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기업(통신사업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정부에 바란다

 정부가 연초 현재보다 10배 빠른 ALL IP 기반 초광대역 융합망(UBcN:Ultra Broadband convergence Network) 구축을 골자로 하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통신사업자와 협력을 전제로 했지만 오는 2013년까지 투입할 총 34조1000억원 가운데 정부 몫은 겨우 1조3000억원에 불과했다. 백분률로 환산하면 0.38%다. 32조8000억원은 민간의 몫으로 돌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 “향후 1년 계획을 수립하기 쉽지 않은 게 통신이 처한 현실”이라고 전제한 뒤 “정부가 하겠다고 나섰는데 감히 누가 안 한다 혹은 못한다고 할 수 있겠느냐”는 자조 섞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과거에 횡행했던 정부의 일방적 ‘밀어붙이기’식 정책이 재현되거나 혹은 사업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할 것이라는 혹평도 제기됐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가상이동망사업자(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 제도 또한 과거 전철을 밟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MVNO 제도 도입을 계기로 기존 이동통신 시장의 과점 구조를 개선, 경쟁 활성화를 바탕으로 한 통신 상품 다양화 및 소비자 이용 복지 향상을 꾀하겠다는 취지는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기존 3각 구도가 고착화된 가운데 기존 사업자의 절대적 양보를 전제로 하는 신규 사업자 진입 등 공급 확대 정책이 실효성을 발휘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05년 와이브로 사업권 획득 시 결정한 와이브로 투자 이행계획에 따른 투자 및 커버리지를 현실에 맞게 재검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사업자의 사기를 북돋우고 소기의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융통성과 과감함도 두루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통신 사업자가 발 빠르게 새로운 서비스에 나설 수 있도록 정책이 만들어지면 곧바로 신규 시장이 성장했고, 이는 또 다른 IT산업 촉매제로 작용해 기업 재투자로 이어지는 IT 산업 선순환 구조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전문가들은 “비즈니스는 정부의 몫이 아니고 기업 본연의 몫”이라며 “기업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으면 후유증만 키우게 된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쟁 활성화라는 대의명분에 매몰돼 기존 사업자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기보다는 통신 발전을 기반으로 한 ICT 생태계 구현을 위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역할론의 주문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