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지문 대고 투표하세요"

 국회가 지난달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빚어진 대리투표 논란과 관련해 전자투표시스템에 지문 인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5일 국회사무처는 국회 전자투표에 국회의원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지문인식기능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회사무처는 구체적인 도입 시기와 방식 등을 놓고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현 국회 전자투표시스템은 기술적으로 본인 확인을 할 수 없어 대리투표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원천적으로 대리투표를 막기 위해 지문인식 도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도입시기와 관련해서는 “각 당과의 협의와 기술적인 문제 등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도입 시기를 못 박을 수는 없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지문인식 기능 도입 방침은 지난달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미디어법 처리과정에서 서로 상대방의 전자투표기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는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현 전자투표시스템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9월 80억원가량의 예산을 들여 만든 것으로 본인 확인을 할 수 없어 지금까지 대리투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05년 12월 사립학교법 개정안 표결 당시에도 대리투표 의혹이 제기됐다. 김기현 한나라당 의원은 이에 국회 본회의장 등에 설치된 전자투표기에 지문인식시스템 등 본인확인장치 부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당시 개정안은 ‘표결 시 전자투표에 의한 기록 표결로 가부를 결정한다’는 국회법 규정 대신 ‘표결 시 투표자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장비가 설치된 전자투표기로 가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회사무처 계획이 현실화되면 우리나라는 전자투표시스템에 지문인식 기능을 탑재한 여섯 번째 국가가 될 전망이다. 선관위 국회사무처 전자선거추진협의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전자투표시스템을 도입한 곳은 24개국이다. 이 중 브라질, 나이지리아공화국, 방글라데시,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이 지문인식 기능을 전자투표 시스템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여당 측은 “지문인식 기능은 대리 투표와 같은 불상사를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면서도 “근본적으로는 국회의원들 간에 기물파손 등 추태를 벌이지 않는 상식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