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혼슈 지방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세계 5위 LCD 패널 업체인 샤프가 당장 3분기부터 유리기판 수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자, 국내외 업체들의 이해득실에 가져올 영향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일단 한국 LCD 패널 업체들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은 지배적이다. 더 큰 파장은 하반기 LCD 패널 가격에 직접적인 변수가 되는 동시에 현재 호황을 구가하는 LCD TV 시장에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외 패널·TV 제조 업체간 기존 거래 관계에도 작은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있어 보인다.
◇샤프, 위상 약화 불가피=8세대 및 10세대 LCD 라인을 세계 처음 가동하며 위상을 강화해 온 샤프로선 당장 하반기 LCD 패널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샤프의 8세대 LCD 라인에 투입되는 일본 코닝의 현지 용해로들이 지난 11일 발생한 강진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재고 수준을 감안하더라도 가뜩이나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8세대 유리기판 조달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통상 가동을 멈춘 용해로를 다시 가동시키려면 석달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지진 발생 직후 코닝 본사측의 CFO인 제임스 B. 플로스 부사장은 “이번 사태로 3분기 전세계 코닝의 유리기판 판매 실적은 당초 계획보다 5∼10%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코닝의 용해로 가동 중단으로 인해 샤프가 받는 타격이 예상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샤프의 생산 차질로 반사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곳은 한국 LCD 패널 업체들이다.
지난 2분기부터 전세계 LCD TV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패널 업체들도 덩달아 실적 개선에 나섰지만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는 올 들어 독주하고 있다. 강력한 시장 지배력에다 대만·일본과 달리 삼성코닝정밀유리가 7세대 이상 대형 유리기판에서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하반기 삼성·LG 등 국내 LCD 패널 업체들은 대만·일본 업체들의 추격전을 따돌리고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파장이 더 큰 관심=업계 전문가들은 하반기 전세계 LCD 패널 및 TV 시장에 미칠 복합적인 파장에 더 주목했다.
우선 LCD 패널 가격의 움직임이다. 통상 LCD 패널 가격은 10월께 최고점을 찍은뒤 그 이후 하락세로 접어든다.
올해의 경우 예외적인 상승세가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안현승 디스플레이서치코리아 사장은 “샤프가 시장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지만 일부 공급 부족 현상을 초래해 가격 상승세를 지속시킬 변수는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TV를 비롯한 세트 메이커들의 마진 압박이 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외 업체들 간 기존 거래 관계에 일부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LG전자는 현재 LG디스플레이와 대만의 AUO, 샤프 등 3개사로부터 TV용 패널을 공급받고 있다. 하반기부터 해외 패널 업체의 조달 비중을 높일 계획이었다. LG전자가 샤프로부터 사들이는 TV용 LCD 패널의 일부를 대만쪽으로 돌릴 가능성이 있다.
샤프와 10세대 LCD 라인 공동 투자를 단행하며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한 소니의 행보도 관심사다.
소니는 샤프로부터 10세대 LCD 라인에서 생산되는 패널을 일부 공급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샤프가 현재 LCD 패널 사업의 주력인 8세대 라인을 조기 정상화하지 못할 경우 자칫 패널 사업 전반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에 이어 샤프를 LCD 패널 구매선 다변화의 대안으로 삼았던 소니로선 또 다른 차선책을 모색할 수도 있는 셈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