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훈의 클로즈업] `나는 전설이다. 로빈슨 크루소`](https://img.etnews.com/photonews/0909/090903050344_668013471_b.jpg)
표류라는 단어를 상상하면 생각나는 인물이 있다. 바로 로빈슨 크루소. 영국 출신 대니얼 디포가 59세인 1719년 ‘로빈슨 크루소’를 발표하면서 크루소의 명성은 시작된다. 이 소설은 디포를 일약 18세기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만들었을 뿐아니라 표류의 대명사를 크루소로 만드는 데도 일조했다. 이후 서양 유럽이 식민지 개척에 나서면서 크루소는 하나의 소설이 아닌 그들에겐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일종의 안내책이자 가이드라인으로 자리 잡는다. 소설은 대륙 정복 중 표류에 대한 그들의 불안감을 잘 투영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래서 크루소는 단순히 하나의 소설이 아닌 모험 관련 서적에선 이른바 거성으로 자리 잡는다.
표류, 모험, 섬나라 여행 등 크루소가 품고 있는 소재는 영상으로 만들기 딱 좋다. 그래서 크루소는 인간이 영상을 기록하게 된 1900년대 이후 수없이 만들어지고 재생산됐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말이다. 최근에도 피어스 브로스넌이 주연한 ‘로빈슨 크루소’뿐 아니라 톰 행크스의 연기가 일품이었던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라 불리던 ‘캐스트 어웨이’가 만들어졌다. 물론 김윤진이 주연한 ‘로스트’도 크루소에서 영감을 받은 것에 다름 아니다.
이와 함께 크루소가 걸리버 여행기와 함께 독후감 숙제로 방학이면 꼭 등장하는 한국답게 우리나라에서도 크루소의 이미지를 차용한 작품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가깝게는 정재영 주연의 ‘김씨 표류기’가 있었고 지난해 여름 MBC가 방영한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도 섬에 갇힌 회사 동료의 모험을 그린 작품으로 크루소와 일정 부분 궤를 같이한다.
크루소를 우리나라 TV에서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케이블 TV 영화채널 스크린은 어드벤처 시리즈 ‘나는 전설이다. 로빈슨 크루소’를 4일 첫 방송한다. 매주 금요일 찾아올 이 작품은 미국 NBC가 약 3500만달러(436억원)를 들여 제작한 최신작으로 미국 방영 당시 거대한 스케일과 숨막히는 복마전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당연히 국내에선 명품 채널을 지향하는 스크린에서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다.
케이블 영화 로빈슨 크루소는 ‘나는 전설이다’라는 부제에 맞게 우리가 알고 있는 대니얼 디포의 원작 소설 ‘요크의 선원 로빈슨 크루소의 생애와 이상하고 놀라운 모험’에서 이야기를 출발시킨다. NBC가 쏜 이야기 화살은 소설, 그것과 다른 크루소에 대한 현대적 해석과 에피소드를 위한 적절한 픽션을 가미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쥬라기 공원’의 샘 닐과 ‘반지의 제왕’의 숀 빈이 각각 크루소의 대부와 아버지로 분해 연기력을 과시하며 CSI시리즈를 연출했던 듀웨인 클락이 연출을 맡았다.
미드(미국 드라마)팬에겐 워낙 유명한 작품이지만 케이블TV를 보는 일반 독자를 위해 스토리를 간략히 소개한다. 17세기 로빈슨 크루소가 무인도에 표류하게 됐다는 소설의 기본적인 배경은 같다. 그러나 시리즈에서 캐릭터는 21세기형 로빈슨 크루소로 새롭게 해석됐다. 배가 난파돼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크루소는 고향에 있는 사랑하는 아내 수잔나와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집에 돌아갈 방법을 찾아 헤맨다.
여기까진 원작과 같지만 지금부터 케이블 영화 크루소는 롤러코스터를 탄다. 크루소의 이러한 바람과는 달리 목숨을 건 모험이 계속된다. 약탈을 일삼는 군대에 배고픈 식인종들, 야생 동물뿐 아니라 자연재해,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오는 해적들까지 크루소의 표류기는 바람 잘 날이 없다.
매회 드라마는 이런 과정을 촘촘히 기록한다.
드라마 로빈슨 크루소는 가깝게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과 비교된다. TV드라마지만 이에 버금가는 스케일로 아름다운 무인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릴 넘치는 어드벤처는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기상천외한 크루소의 발명품은 드라마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첫 회에서 등장하는 야자수 등을 이용한 ‘출입 제한 시스템’ 등은 과거 큰 히트를 쳤던 맥가이버를 연상시킨다. 소설 속 크루소가 가부장적 이미지가 강했다면 드라마에서 크루소는 직업인의 성격이 짙게 드러난다. 맥가이버를 능가하는 손재주로 만들어낸 고급스러운 집과 신기한 기구들은 시청 욕구를 자극한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