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GAME] 기술발전 못 따라가는 규제 틀

 최근 국내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게임을 해외에 수출하는 사업을 시작한 PIG-MIN 에이전시 김진성 대표. 그는 국내 시장은 포기하고 해외 시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게임 사업을 하려면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인디 개발자들로선 비용이나 시간, 서류 절차 등이 모두 큰 부담”이라며 “저작권 적용도 미흡해 애써 개발한 게임이 대부분 웹하드에서 공유되는 바람에 국내는 시장 자체가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창조 경제’를 주창하며 ‘1인창조기업’ 육성을 외치지만, 정작 대표적인 1인창조기업이라 할 게임 개발자들은 제도의 덫에 갇혀 해외서 길을 찾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해외에선 애플 앱스토어나 페이스북 등 개인이 게임 개발로 부와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시장이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 게임 규제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면서 글로벌 트렌드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게임 시장은 오픈마켓, 플랫폼 융합 등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강력한 정부 주도 심의제를 고수하고 있어 이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IPTV를 이용한 게임 서비스의 경우 게임위의 사전 심의와 방통위의 사후 심의의 중복 문제까지 불거진다.

 우리나라 게임은 모두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온라인 게임, 모바일 게임은 물론 웹페이지에 걸어놓는 가벼운 플래시 게임도 마찬가지다. 타이밍이 생명인 모바일 캐주얼 게임 시장에서 이 같은 정부 심의는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이승훈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회장은 “인디게임 공모전을 해보면 최근 미디어 융합형의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두드러진다”면서도 “심의 과정의 비용 부담으로 게임 등록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때문에 한게임은 게임 제작 툴을 공개, 사람들이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 공개할 수 있는 게임 오픈마켓 ‘아이두게임’을 열면서 심의 비용을 모두 감당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지난 7월 20일 애플은 ‘좀비스쿨(Zombie School)’이라는 모바일 게임을 앱스토어에서 퇴출시켰다. 학생들을 총으로 쏴 죽이는 게임이라는 비판이 일자 단행한 조치이다. 사전 등급제가 아니어도 시장의 메커니즘을 이용해 얼마든지 강력한 자정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이 같은 시장친화적 시스템은 오픈마켓 게임 시장을 크게 열어놓고 있다. 한달에 수십만달러씩 벌어들이는 스타 개발자도 적지 않다. 페이스북에서 수백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체인RXN’ 같은 게임이 대표적이다.

 소니는 인디 개발자가 만든 ‘플로우’ ‘플라워’ 등의 게임을 퍼블리싱, 예술로서의 게임이라는 평까지 들으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게임위 관계자는 “개인이 등급 심의를 신청할 수 있게 최근 규정을 고치는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며 “개인 제작자들로 인해 심의해야 할 게임이 감당못할 정도로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있으나, 일단 실제 시장 상황을 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