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완전히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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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반도체 경기가 뚜렷한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주요 20대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이 지난 2분기 연속 증가했기 때문이다.

 9일 미국 시장조사 업체인 ‘IC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전 세계 상위 20개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을 합산한 결과, 총 431억6500만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대 기업들의 지난 2분기 총 매출액 362억7300만달러보다 19%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 2분기 매출 역시 올 1분기(304억4800만달러)보다 19% 가량 늘어나 2분기 연속 매출이 성장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20개 기업들의 총매출 증가는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다. 그동안 최악의 불황에 허덕였던 세계 반도체 경기가 내년부터 본격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이미 수요가 저점을 찍고 ‘턴어라운드(반등)’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더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

 IC인사이트는 보고서에서 “작년 4분기 하강 국면에 들어간 뒤 올 1분기에 저점을 찍은 것으로 관측된다”며 “지금은 빠른 속도로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반도체 시황이 워낙 급변하는 탓에 전통적인 시장 사이클보다는 분기별 추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는 4분기 반도체 시장 역시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는 통상 비수기로 여겨지지만 세계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 낙관적인 전망을 낳고 있다. 실제로 최근 D램 가격은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등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품목별로는 지난 3분기 D램과 낸드 플래시 수요 증가로 인한 주요 메모리 기업들의 매출 증가가 돋보였다고 IC인사이트는 설명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하이닉스·도시바·마이크론의 평균 매출은 전기 대비 27% 증가해 전체 매출 증가 19%를 크게 상회했다.

 개별 기업으로는 지난해 25위를 차지한 대만 미디어텍이 20위권에 진입하면서 후발 기업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다. 미디어텍은 대만의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로 베이스밴드칩·멀티미디어칩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아 중국·동남아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는 추세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