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신년특집]IT대항해시대가 시작됐다](https://img.etnews.com/photonews/0912/091231125944_1319151531_b.jpg)
‘대항해시대(大航海時代)’
15세기초부터 17세기 초까지 유럽의 상선 등이 미개척 대륙을 돌아다니며 항로를 만들고, 무역을 활성화시켰던 시기를 일컫는다. 항해술이 발전하면서 무역자본들이 성장하고 이후 요즘과 같은 국가, 민족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던 시기다.
대항해시대는 17∼18세기 산업혁명은 물론 근현대 문명을 만든 원동력의 시대다. 산업혁명을 이끌었고 오늘 날의 산업시대, 정보시대를 만들어내는 토대가 됐다.
세계는 또다시 IT의 등장으로 새로운 대항해시대가 열리고 있다. 우리는 지금을 IT대항해시대로 규정한다. 기업이 국가보다 커지는 새로운 대항해 시대, IT로 세계가 통합되고, 새로운 시장과 산업이 형성되는 시기를 일컫는다. IT는 각 산업 선단에 서서 모든 분야를 융합하며, 거대한 IT혁명을 이끌고 있다. 지금의 IT를 중심으로 하는 융합은 새로운 산업 발전을 폭발시기 위해 빠르게 타영역으로 확산하며 새로운 미발견 산업을 개척중이다. IT대항해시대라 부를만하다.
15세기 대항해시대에 문화의 융합, 새로운 먹거리의 탄생, 새로운 산업의 등장, 대륙의 등장, 산업혁명을 촉발했다면 21세기 새로운 대항해시대는 컨버전스 혁명, 지구 공동체, 문화적 차이 붕괴, 대륙과 국가의 붕괴, 거대한 단일공동체 탄생 등의 현상이 발생한다. 그 과정에 세계 정보의 공유와 문화의 융합을 시도하는 IT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EU,메르코수르, 아세안, 이명박 구상중인 동북아 단일경제공동체, 북미연합 등 거대 공동체의 등장하고 있다.
기업도 국가를 초월한다.
연구는 한국, 부품조립은 중국, 판매는 유럽, 자금 운용은 홍콩에서 이뤄진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초국가 기업을 등장시켰다.
“한 나라에서는 조사연구를 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부품을 만들고 제3의 나라에서는 이를 조립하며 제4의 나라에서는 생산품을 판매하고 제5의 나라에서는 그 이익금을 예금하는 등의 일을 하는 등 수십 개 국에서 계열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토플러는 “실제로 초국가 기업들은 이미 규모가 매우 커져 그 자체로 몇 가지 국민국가적 특성을 지니게 됐으며 국민정부들을 앞서 움직일 때가 많다”고 직시했다.
프랑스 국제경제학자 프레데릭 클레르몽과 워싱턴DC 정책연구소의 존 카버너가 1994년 공동 발표한 논문인 ‘지구자본주의 날개 아래에서’에서 글로벌 시대의 주역은 세계 200대 기업이라고 주장한다.
초국가기업의 핵심중 핵심으로 지목한 10대 기업의 위상은 왠만한 국가를 넘어서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대통령으로 상징되던 종전의 중앙국가 권력은 실권 없는 군주로 ‘신 봉건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정의했다. 82년부터 10년 동안의 세계 200대 기업 변천사를 분석한 뒤 내린 21세기 결론이다.
삼성, LG 등의 국내 기업들도 정보통신(IT)에서의 경쟁력 우위를 기반으로 ‘초국가 기업’으로 도약했다.
지난해 발표된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삼성전자(40위)와 LG(69위), 현대자동차(87위) 등 3곳이 글로벌 100대 회사 내에 들었다.
매출액(약 73조원)은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의 7.1%에 해당된다. 연결매출은 지난 2008년 기준 121조2900억원이다. 이 중 81.4%가 수출이다. 부가가치(약 18조6000억원) 기준으로도 GDP의 1.8%에 해당된다. 코리아(KOREA)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삼성(SAMSUNG)의 브랜드 가치만 175억달러가 넘는다.
삼성의 매출규모를 국가 차원으로 환산하면 세계 180여개 국가 중 35번째에 해당된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보다 크고, 이란·아르헨티나보다 조금 작다. LG그룹 매출은 세계 48번째 국가이며, 현대차 그룹은 51위, SK그룹은 55위다. 이 초국가기업들은 직원 구성이나 경영 내용상으로도 국가의 울타리를 넘어 끊임없는 성장을 추구한다. 삼성전자의 해외 거점은 생산(34), 판매(49), 연구소(21), 기타(90) 등 총 194개에 달한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임직원 8만4000명 중 한국을 제외한 5만4000명이 현지인이다.
초국가기업 시대에선 기업이 국가를 선택한다. 기업을 지원할 시스템과 인프라를 못 갖춘 국가는 기업으로부터 버림받는다. 기업 매출이 국가 국내총생산(GDP)를 초월하고 해외 네트워크로 외교 기능까지 떠맡고 있으며 국가경영에 훈수까지 둔다. 이미 세계는 국경을 초월한 이들 초국가기업의 직간접 영향 아래 재편되고 있다.
영향력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면에 걸쳐 국경을 초월한다.
2006년 신년호에서 ‘초(超)국가 기업(Transnational Corporations)’을 언급했던 일본 경제 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세계를 변화시키는 성장력은 국가보다 기업임을 천명했다. 정부는 올해 주요 산업 정책기조가 IT를 기반으로 하는 융합시대가 올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 전통산업과 IT산업의 거대한 융합이 국가 아젠다로 추진되며, 내년도 전 연구개발 및 산업쪽 융합 과제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IT대항해시대로를 중장기 IT전략도 채택될 전망이다.
우리는 IT대항해시대를 준비한다. 콜롬버스, 마젤란 등이 항해를 통해 신대륙을 발견하고 세계 문명사를 확장했던 것처럼 이제 우리 대기업, 벤처기업들도 개척을 통한 새로운 문명으로 도약하기 위한 개척의 항해에 나서야 한다. 국민소득 4만달러 목표를 향해.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