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https://img.etnews.com/photonews/1001/100106053207_368423525_b.jpg)
지난 2009년을 뜨겁게 마무리한 과학기술 분야의 이슈는 UAE에 수출하게 된 400억달러 규모의 한국형 원전 소식이었다. 우리나라가 1970년대 외국 기술을 바탕으로 원자력 발전 보유국이 된 지 약 30년 만에 원자력 분야를 포함한 과학기술계가 힘을 합해 95% 이상에 이르는 기술 자립도를 갖춘 결과다. 이는 경제적인 성과뿐 아니라 우리나라 에너지 기술력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다는 큰 의미가 있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7%에 달하는 우리나라가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된 것이다.
에너지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가 에너지 수출국으로의 성장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원자력이 자원을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가 아닌,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지식에너지기 때문이다. 자원 중심에서 지식 중심으로 에너지 시대가 변화한 만큼 우리나라가 에너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관문이 넓어졌다. UAE 원전 수출을 시작으로 에너지 시장에 본격적인 진입을 시도하는 우리나라가 향후 에너지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21세기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대표적인 녹색기술이 핵융합 에너지다. 핵융합 발전은 인류의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궁극적인 녹색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단계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핵융합 에너지 개발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의 원자력은 기술도입을 통해 원자력 발전 보유국이 됐지만, 핵융합은 적극적인 국내 연구와 국제 공동 개발 참여를 통해 원천기술을 확보하면 우리나라가 제일 먼저 상용화하고 세계 시장도 선도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핵융합 에너지를 세계에서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매우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인 초전도 핵융합 장치(KSTAR)를 보유하고 있다.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국제 공동 프로젝트인 ITER의 참여국으로 세계 핵융합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12년에 걸쳐 순수 국내 기술로 KSTAR를 직접 설계·건설하며 핵융합로 건설에 필요한 원천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했다. 또 본격 가동에 들어간 KSTAR는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어 국제 핵융합 공동연구 장치로서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KSTAR를 비롯한 국내 핵융합 기술이 인정받게 됨에 따라 주요 선진국들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ITER 회원국 사이에서도 리더로 자리잡게 됐다. 비록 선진국보다 수십년 늦게 핵융합 연구를 시작했지만, 단기간에 기술을 따라잡으며 핵융합 선도국으로 떠오른 우리나라가 이제 세계 최초의 핵융합 발전 달성 국가가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더욱이 2010년 새해는 우리나라 핵융합연구에서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오는 10월 대전에서는 세계 최대 핵융합 관련 국제 행사인 IAEA 핵융합 에너지콘퍼런스(FEC)가 열린다. 핵융합 올림픽이라 불리는 FEC는 1500명 이상의 전 세계 핵융합연구자들이 모이는 논의의 장으로 KSTAR를 중심으로 한 국내 핵융합연구 성과를 소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됐다.
우리나라는 미래 에너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 있다. 이러한 기회를 적극 활용해 핵융합 원천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핵융합 상용화를 이루게 되면, 이번 원자력 수주의 결과를 뛰어넘는 큰 경제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국가핵융합연구소 이경수 소장 /gslee@nf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