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통합 LG텔레콤 부회장이 ‘탈(脫)통신’을 꺼내들었다. 통신사업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그의 발언은 신선하다. 융합의 시대에 선(線) 중심의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지식과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기업을 지향한다는 의미다. 선을 중심으로 음성통화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그와 관련한 고객의 가치를 재발견해 다양한 사업기회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통신 자체보다 통신과 관련한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사업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이 언급한 탈통신 20개 조직은 자사 및 타사 고객을 겨냥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를 ‘가치경영’이라고 부른다.
이 부회장은 탈통신 모델로 애플 아이폰과 IPTV를 거론했다. 아이폰은 통화만을 하던 휴대폰을 고객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꾸미는 개인적 휴대폰으로 바꿔놓았다. IPTV 역시 방송사의 일방적인 전송을 넘어 시청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부회장은 이에 대해 “고객에게 자기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통신시장 빅뱅의 거대한 흐름을 정확하게 읽었다. 그룹 내부에서 통신의 가치를 제고하고, 수익성을 배가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높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구축한 통신망을 활용해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매달리게 된다면 ‘통신사업자’로서의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할 수 있다. 새로운 통신 선로에 대한 투자, 미래 이동통신시스템에 대한 투자, 기술개발 등이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업은 수익 이외에 공익이라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주파수와 사업권 등을 주고 독점적으로 돈벌이를 하도록 만든 것도 그 같은 특징 때문이다. 탈통신은 미래 통신망에 대한 투자, 기술 개발이 병행될 때 가능하다. 고객의 가치를 높이려면 투자해야 한다. 정통부 장관을 지낸 이 부회장의 사업 전략을 주목하는 이유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