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세상] 우리네 17세들의 섬세한 이야기들

[만화로 보는 세상] 우리네 17세들의 섬세한 이야기들

 열 일곱 살. 너무 어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어른으로 대접받을 수도 없는 나이다. 청소년을 대표하는 나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수많은 만화들이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그릴 때 대부분 17세 나이를 배경으로 섬세한 이야기를 그려왔다. 이번에는 17세를 주제로 한 순정만화를 몇 편 소개해 보겠다.

 우선 1990년대 초반을 대표하는 17세들을 만나보자. 제목부터가 17세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주는 강경옥 작가의 ‘17세의 나레이션’이다. 큰 굴곡과 사건 없이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감정의 파문을 받아들이는 사춘기 소녀들의 마음을 작가 특유의 감수성으로 그려내고 있다.

 첫사랑과 짝사랑 사이에서 미묘하게 움직이는 소녀들의 감정의 흐름을 군더더기 없이 잡아낸 명작이다. 물론 1990년대 초가 배경인지라 지금 보면 조금은 심심할 수도 있겠지만, ‘17세에게는 17세의 세상만 볼수 없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조금 더 시간이 흘러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의 17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고 싶다면 이강주 작가의 ‘세븐틴 락’을 읽어보자. 세기말적인 분위기에 늘 강압적인 입시 등에 시달리는 괴로운 17세들 사이에 시골에서 올라온 ‘무공해 소녀’ 삼숙이가 나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10대 특유의 치기와 어우러져서 재미가 쏠쏠하다. 독특한 만화적 연출을 시도하는 이강주 작가의 그림과 컷 구성을 보는 재미는 덤이다.

 그럼 이제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17세들의 삶을 훔쳐보자. 최근작 천계영의 ‘하이힐을 신은 소녀’를 보면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나는…이제 열 일곱 살, 며칠 전 지문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열 두 살 때부터 생각했었다, 고등학생이 되면 제일 먼저…하이힐을 사겠다고…” 결심한 주인공들. 하이힐을 신고, 입술에 립스틱도 바르고, 서로 힘자랑도 하는 17세들은 너무 조숙한 나머지 다 자란 성인들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몸은 이미 자라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은 아직 미처 자라지 못한 17세들의 나약한 면을 천계영 작가만의 감각적인 표현으로 만날 수 있다. 이 밖에도 서문다미의 ‘너의 시선 끝에 내가 있다’ ‘이시영의 ‘한눈에 반하다’ 등이 현재 10대들의 모습을 접할 수 있는 학원 순정만화니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변해가는 시대들을 배경이나 소품으로 구경하면서도 캐릭터들의 소소한 감정을 잡아서 시대와 함께 볼 수 있는 것이 순정만화만이 가지는 재미일 터. 17세를 중심으로 한 순정만화와의 시간여행을 한번 떠나보기 바란다. 나만의 아련한 17세의 기억이 만화들과 함께 떠올라 슬며시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백수진 한국만화영상산업진흥원 만화규장각 콘텐츠 기획담당 bride100@parn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