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 미래의 전쟁은 그린 전쟁](https://img.etnews.com/photonews/1010/040276_20101006092544_168_0001.jpg)
`깨끗한 전쟁`은 미국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우리가 겪게 될 21세기 전쟁을 묘사한 말이다. 20세기 전쟁이 산업화시대에 대응하는 무차별 대량살상의 형태라면 21세기 전쟁은 걸프전처럼 최첨단 군사기기로 요소요소에 필요한 공격을 가해 적을 무력화시키는 깨끗한 전쟁이 될 것이란 얘기다. 혹자는 이를 두고 `손끝으로 수행하는 전쟁`이란 표현을 하고 있다. 현대 전쟁이 무인 군사기기와 전자기술을 활용한 전자 대리전 양상을 보이는 것을 단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국가나 국방의 기반이 컴퓨터와 전산통신망에 대한 의존이 갈수록 높아지며 생기는 이 같은 현상 덕분에 머지않은 날, 총탄 날리는 시가에서 육탄전을 치르는 전쟁영화는 역사적 사료로 활용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미래전은 무인화 전자전이다. 지난 8월, 서해에서는 항공기나 선박의 위치정보를 알려주는 위성항법장치(GP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다. 전시에 우려되는 대전자전 형태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지형정보가 탑재되는 전투기, 함정 및 미사일이 적 전파교란에 영향을 받아 GPS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효과적인 군사작전은 불가능하다. 미래 무기의 핵심은 전자부품이며, 우리가 개발하는 미래 장비의 성능도 전자부품 개발 능력에 좌우될 것이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으로 항상 전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에게 범국가적인 IT가 더욱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1970년 국방연구소가 창설될 당시의 우리나라 과학기술은 소총 하나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던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첨단 장비를 개발하여 세계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선진국의 핵심부품을 사용하여 조립할 경우에는 선진국의 수출승인을 받지 못하거나, 높은 기술료로 인해 원가가 높아져 수출이 곤란한 상황에 봉착하곤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원천 기초기술 개발 능력을 확보해야만 한다. 기초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방산 수출의 미래 또한 결코 밝지 않으며,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이 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40여년, 국방과학연구소가 우리 군의 현대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동안 국가 경제발전을 뒷받침해온 민간 과학기술 능력은 이제 세계적 수준에 다다랐다. 현재 교과부와 지경부 산하에는 선진국 수준의 정부출연연구소가 26개나 있다. 이들이 보유한 원천 기술을 우리 군이 적극 활용한다면 대단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방기술에 대한 군과 민간부문의 중복 투자로 한 해 2000억여원의 예산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었다. 앞으로 군과 정부출연연구소가 관련 정보를 교류하고 공동투자를 통한 기술개발 등 연구의 기획 단계부터 서로 협조한다면 해외 방산시장 개척에 큰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민 · 군간의 중복 투자 문제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서로에게 필요한 기술은 공유하고 중복되는 부분은 과감히 이양해 국가 차원에서 자원의 중복 투자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이 한 나라의 군사력을 좌우할 새로운 시대, 미래의 국방과 안보를 위해 우리 모두가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김 용 환 단장 (KIST 정책기획본부장 겸 국방과학기술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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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