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부모들이 컴퓨터 전공을 말리는 이유

[ET단상] 부모들이 컴퓨터 전공을 말리는 이유

지난 90년대에는 컴퓨터관련학과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2000년대 초반에 불어온 닷컴열풍은 컴퓨터관련학과의 인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여러 대학이 컴퓨터관련 학과의 정원을 확장한 시기도 바로 이 때였다. 그러나 불과 몇 년만에 엄청난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2000년대 초반 과잉배출된 정보기술(IT) 인력 가운데 특별한 소수를 제외하고 제대로 된 대우를 받기가 힘들 게 됐다.

IT인력이 처한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자, SW 개발 선진화을 위한 방안으로 원격지 개발에 대한 공감대가 IT서비스 기업은 물론 국회와 학계에도 널리 형성되고 있다. 원격지 개발은 현재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발주처의 사무실에 상주하면서 개발하는 게 아니라 개발 장소를 사업자 스스로 선정, 사업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차제에 원격지 개발이 활성화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SW개발 사업자를 선정하는 평가위원의 상주개발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평가위원은 SW 개발사업에서 상주투입인력이 많으면 개발이 잘 될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러한 인식을 인지하는 사업제안자는 높은 평가를 받기위해 상주개발을 선호하게 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성공적인 원격지 개발 모범사례를 만들어 하루빨리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입찰제안요구서(RFP)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작성될 수 있도록 별도의 용역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발주처가 개발하고자 하는 SW 사업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적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추가 혹은 변경 요구가 적지 않고, 이는 사업자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건축에서 조감도 설계용역과 상세설계용역을 별도로 선행 발주하는 것처럼 SW도 RFP를 설계 발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예산지원과 IT 인력증원이 필요하다.

셋째, SW 공학기반의 개발인력이 양성돼야 한다. 원격지 개발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려면 SW 설계, 개발절차 및 방법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 즉 문서화작업, 형상관리능력,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갖춘 인력양성과 아울러 감리제도의 효과적인 활용 등이 필요하다.

넷째, 발주처 특히 정부기관인 경우에 상주개발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가 보안문제다. 보안문제는 제도와 기술 그리고 관리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기술적 방법 중 하나는 개발플랫홈 클라우드 서비스 혹은 SBC(Server-Based Computing) 등이다.

마지막으로, 원격지개발이 추진되려면 발주자와 개발자 상호간에 신뢰가 선행돼야 한다. 발주자는 개발자의 출석을 체크하는 이른바 `헤드카운트`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사업자는 원격지 개발이 허용되면 약속한 인력을 제대로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불신의 악순환된다면 원격지 개발의 추진은 요원하게 된다.

미래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국가의 부를 창조하고, 기계적으로 대량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맞춤형 개발제품이 성공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제조업은 날로 자동화되어 더 이상의 일자리 창출이 불가능해보이지만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특히 맞춤형 개발에는 수많은 인력이 필요하게 된다. 컴퓨터 관련 인재의 육성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해답 중 하나다. 하지만 원격지개발이 활성화 되지 못하는 한 대한민국의 부모는 자식에게 컴퓨터관련 학문을 전공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고대식 목원대 전자공학과 교수 kds@mok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