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 산타클로스가 기다려지는 건 꿈 많은 어린아이들뿐만 아니다. 투자자들에게도 산타는 반가운 존재다. 연말이 다가오면 유독 주가가 강세를 보인다는 이른바 `산타랠리` 기대감 때문이다. S&P에 따르면 1945년 이후 미국 S&P500지수의 12월 평균상승률은 1.7%로 전체 월평균상승률 0.7%보다 1.0%포인트나 높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1980년 이후 12월 평균상승률은 2.0%로 전체 1.08%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그러나 증시에서 과거 데이터는 숫자일 뿐이다. 올해 S&P500은 역사적으로 평균상승률이 낮았던 9월에 8.8% 상승했다. 1939년 이래 9월 최고 수익률이다. 코스피의 9월 상승률도 7.46%로 평균(-0.19%)보다 높았다.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데다 요즘처럼 내재된 변수가 많으면 산타랠리를 점치기란 더더욱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산타랠리의 꿈을 완전히 접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산타랠리 있다" 근거는?=올해 산타랠리 여부는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는 북한ㆍ유럽ㆍ중국 3대 악재와 미국 소비 회복이라는 호재 중 어느 쪽에 더 힘이 쏠리느냐에 달려 있다.
산타랠리를 기대하는 쪽은 3대 리스크가 최악으로 치닫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도 증시는 꿋꿋이 버텼고, 긴장 속에 진행됐던 서해훈련도 1일 별 탈 없이 종료됐다. 유럽의 재정위기 역시 국제적 공조로 관리 가능할 것으로 본다. 반면 미국 소비 회복의 바로미터인 블랙프라이데이 이후 매출 신장은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예상 소비증가율은 대략 2.3%인데, 이는 4년 만에 최고치"라며 "3대 리스크가 최악으로 치닫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의회의 감세안 연장이 결정되고 소비 모멘텀이 일부 가시화되면 연말 랠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경기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보는 것도 산타랠리를 기대하는 한 이유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2월은 배당 시즌인 데다 다음해 전망이 긍정적이면 연말 연초 효과가 잘 나타난다"며 "연말까지 2000선까지 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역사는 겁먹은 투자자에게 가상의 신경안정제"라는 샘 스토발 S&P 최고투자전략가의 말처럼 악재와 호재가 팽팽히 맞설 때는 `산타랠리는 존재해 왔다`는 과거 데이터가 투자자를 자극할 가능성도 높다.
◆폭탄 여전히 잠복=김성봉 삼성증권 팀장은 "연도마다 연말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조금씩 다른데 2008년은 가을 금융위기, 2009년은 11월 말 두바이쇼크로 인해 크게 떨어졌던 증시 기저효과로 12월에 연말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며 "그러나 올해는 대외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8년엔 금융위기 여파로 10월과 11월에 26%가 일시에 빠졌고, 2009년 같은 기간엔 7% 추락했다. 이 충격이 완화되면서 12월엔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설명이다. 올해엔 여러 악재에도 10월과 11월에 각각 0.54%, 0.67% 상승했다. 기저효과로 산타랠리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얘기다.
유럽의 재정위기와 중국의 긴축을 잘 버텨 왔지만 만만히 볼 변수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수용한 이후에도 스페인의 신용부도스왑(CDS) 금리는 1일 사상 최대로 높아졌다. 경제규모가 그리스ㆍ아일랜드ㆍ포르투갈을 합친 것보다 두 배나 큰 스페인의 재정위기는 타 국가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신중론의 근거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어떤 식으로든 돈으로 메워나가는 유럽보단 오히려 중국이 더 걱정스럽다"며 "선진국 재정긴축에 중국의 긴축까지 더해 글로벌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면 단기적으론 부담이 커 연말 상승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해훈련은 끝났지만 연내 추가 훈련과 북한의 대응 여부는 여전히 불안요인이다.
결국 산타랠리의 향배는 3대 악재의 안정 여부가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아가는 이달 중순 이후에나 가려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 <용어설명>
산타랠리 =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연초인 1월 효과를 염두에 두고 미리 주식을 사놓기 때문이라는 의견과 함께 세금 효과, 크리스마스에 취한 월스트리트의 행복감이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연말에 비관론자들은 대개 휴가를 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매일경제 황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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