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일년 중 가장 즐겁고 신나는 날이다. 서로 만나면 덕담과 인사를 나눈다. 해가 바뀔 때 마다 덕담을 주고받는 것은 새로운 각오로 다시 시작하자는 격려의 의미가 담겨 있다. 신묘년 새해를 맞아 남북 간에도 이런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시작하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지금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남북관계가 최악의 길로 가지 않도록 최소한의 완충 장치라도 마련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바로 개성공단을 지키는 일이다.
남북 간에 정치·군사적인 문제가 터질 때 마다 개성공단 폐쇄 주장이 고개를 들곤 한다. 개성공단을 애물단지로 여기는 것은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도 하나의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다. 국민의 신변안전 못지않게 보호하고 키워 나가야 할 대상인 것이다.
개성공단의 그동안 성과와 중요성은 결코 작지 않다. 현재 122개 기업이 가동하고 있고, 북한 근로자 수도 4만5000명에 이른다. 지금까지 누적 생산액은 10억달러를 넘어섰다. 남북 양측이 얻는 유무형적 가치는 크다. 12만 북한 개성주민들은 개성공단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푼의 달러가 아쉬운 북한의 절박한 경제상황에선 연간 5000만달러 수입은 무시할 수 없는 큰돈이다. 개성공단으로 인한 북한 주민들의 변화도 크다. 시장경제의 맛을 점차 느끼고 있다. 북한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초코파이가 하루에 10만개가 넘는다. 북한 근로자 사이에 초코파이 계까지 생겨났고, 장마당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현금처럼 유통되기도 한다. 평양 주민들까지 개성공단에서 일하고 싶어 취업청탁에 혈안이라고 한다.
우리 역시 개성공단이 국내 산업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그리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개성공단에 원자재 및 식자재 등을 납품하는 1~3차 협력기업이 5900개, 종사자 수가 9만4000명에 달한다. 제3국 공단에 진출하면 이런 파급효과를 창출할 수 없다. 이번 연평도 포격 사태처럼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우리 금융 경제시장에 주는 충격이 크지 않았던 것도 개성공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이 남북 간 긴장을 다소 누그러뜨려 경제의 안전판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남북 간의 여러 사태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은 꿋꿋이 버텨왔다. 앞으로도 개성공단 사업은 계속되리라는 관측이 적중했으면 좋겠다. 연초부터 북한의 대화와 협력 공세가 숨가쁘게 이루어지고 있다. 북한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개성공단 관련 실무회담을 열자고 거듭 요청하고 있다. 이제쯤 개성공단 회담 테이블에 앉아 북한의 진정성 여부를 시험해 보는 것이 어떨까. 만일 북한이 개성공단을 두고 무리한 요구나 협박을 한다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철수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하는 자리라도 좋다.
자꾸 만나다 보면 갈등의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면서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남북이 접촉을 통해 제한적이나마 소통을 하는 유일한 곳, 개성공단만큼은 더 빛을 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겨울나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설을 맞아 ‘초코파이 정’을 널리 나누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chobh21@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