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감사와 고위 관료 출신 사외이사에 이어 변호사에 `무더기` 일자리를 제공하는 준법지원인 제도까지 마련되자 상장사들은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경영 투명성을 높이려면 기업마다 적절한 통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지만, 특정 직역의 자리를 보장해주려고 이중삼중의 규제를 적용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크다는 게 업계의 중평이다.
30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법인의 사외이사는 2006년 3월 말 2천450명에서 지난해 3월 말 3천104명으로 654명, 비율로는 27% 급증했다.
출신 직업별로는 경영인이 1천31명에서 1천65명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지만 교수는 563명에서 694명, 변호사는 278명에서 334명으로 각각 20% 가량 증가했다.
특히 전직 공무원이 79명에서 217명으로 세 배로 급증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전직 고위관료와 교수, 법조인이 약진했다.
한국거래소 통계를 보면 유가증권 상장사 367개사의 사외이사 신규선임, 재선임 대상 614명 중 관료가 143명, 교수가 126명, 법조인이 42명으로 50.6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난다.
상근감사 자리도 꾸준히 늘고 있다.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법인을 기준으로 상근감사는 2006년 3월 말 356명에서 지난해 3월 말 377명으로 증가했다.
자산이 2조원 이상인 법인은 감사위원회를, 1천억원 이상인 법인은 상근감사를 둬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상근감사의 자격 요건이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지만, 금융회사들에는 대부분 금융감독 당국 출신이 낙하산으로 배치되는 게 관행이다.
상장회사들은 이제 `변호사 일자리`까지 부담하게 됐다며 볼멘소리를 낸다. 변호사 업계는 1천개 안팎의 준법지원인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표정관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 유가증권 상장사는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에 여러 유력인사를 선임했는데 고액의 인건비를 들여 준법지원인까지 둬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변호사 고용이 의무조항이라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 우리로선 거세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현재의 감시시스템도 잘만 운용하면 기업의 투명성 확보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굳이 비슷한 기능의 인력을 추가로 늘린다면 자칫 소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이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다.
당사자인 상장사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졸속개정 논란도 예상된다. 대부분 상장사는 법안이 처리된 이후에야 개정 사실을 알게 됐다.
상장사협의회 류광춘 조사1팀장은 "2009년 국회에서 의원입법으로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에 한동안 논의가 수그러들었는가 싶었는데 공청회는 고사하고 추가적인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모 코스닥 상장사는 "상장사를 대상으로 공청회 한번 없이 준법지원인 제도를 의무조항으로 만들었다. 상장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