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베이션 리더]김정일 삼성생명 CRM팀 상무](https://img.etnews.com/photonews/1104/116758_20110408150914_967_0001.jpg)
“회사 차원에서 보유하고 활용하는 고객 데이터는 전체 고객 정보의 단 5% 수준입니다. 나머지 95%는 비정형 데이터로 내부에 분산되어 있거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있습니다. 이 정보들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영업에 필요한 마켓 인텔리전스를 사전에 제공하는 것이 고객관계관리(CRM) 2.0의 핵심입니다.”
김정일 삼성생명 고객관계관리(CRM)팀 상무는 고객과 시장의 정보는 시시때때로 변하기 때문에 과거의 데이터 분석으로는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가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CRM 2.0 시대에는 고객과 시장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해야 효과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며, 소셜 네트워크의 정보가 바로 미래의 고객 정보라는 설명이다.
요즘 김 상무의 가장 큰 고민거리도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 내 정보를 영업에 활용하는 방안이다. SNS를 통한 새로운 채널을 협력업체들과 함께 구상 중인데 여기에 모바일이 가미되면 마켓 인텔리전스가 극대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라이프사이클 고려한 ‘라사마’ 구축=김 상무가 삼성생명에 합류한 2000년대 중반은 CRM의 암흑기라고 할 수 있다. 2000년 초반 많은 기업들이 CRM시스템만 도입하면 매출이 쑥쑥 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으로 거액을 투자했지만 수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CRM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만 커져 갔다.
김 상무는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CRM 도입으로 모든 회사가 판에 박은 듯 똑같은 영업지원시스템(SFA), 데이터웨어하우스(DW), 콜센터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고 결국 기대했던 투자회수(ROI)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5년 김 상무가 삼성생명에 합류할 당시 삼성생명은 마이크로소프트 닷넷 기반의 영업지원시스템과 캠페인 툴인 오페라를 사용하고 있었다. 상품개발과 현장관리 기능 추가, 그리고 각 시스템 간의 연동이 김 상무의 첫 과제였다.
김 상무는 “설계사(FC)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존 시스템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수정했으며 타깃 고객 선정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장기 상품인 보험상품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고객의 라이프사이클을 세분화해 접목한 것이 바로 라이프사이클마케팅(라사마) 시스템이었다.
2006년부터 사용된 라사마 시스템은 삼성생명 CRM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설계사(FC)들에게 상품별 타깃 고객을 알려주고 전날 밤까지 콜센터로 접수된 고객들의 요청 사항을 팝업으로 띄워주는 등 영업 효율화를 목적으로 개발됐다.
김 상무는 장기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라이프사이클 파악이 중요하기 때문에 고객을 연령대별로 분류하고 다시 자산, 자녀, 직업 등 여러 기준으로 세분화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리정보시스템(GIS)를 접목한 gCRM을 구축해 설계사들의 업무 효율성을 한 차원 더 높였다. 당일 방문할 고객들과 동선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중간에 약속이 취소될 경우 근거리에서 대신 방문할 만한 고객을 알려주는 것이다. 영업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gCRM의 핵심 기능이다.
◇시스템 활용할수록 개인 생산성도 향상=김 상무는 “초기 몇 년간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는데 보험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보험업 특성상 동일 고객에 대해서도 영업 활동이 반복되며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데 고객 상황은 6개월 후면 또 달라지기 때문에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해낸 방안은 고객과 설계사의 친밀도를 고객의 분류 기준에 포함시킨 것이다. 삼성생명은 설계사와의 친밀도를 기준으로 고객 등급을 A, B, C로 나누어 설계사에 대한 회사의 지원을 차등화했다. 친밀도가 낮은 고객에 대해서는 삼성생명 차원에서 직접 전화하거나 기념품 등을 제공해 삼성생명과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삼성생명에 대한 고객의 호감도가 높아지면 적절한 설계사를 연계해주는 방식이다.
라사마와 gCRM시스템, 친밀도 기준 고객세분화를 추가하면서 설계사들의 인식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시스템 활용도가 낮았고 각자의 고객 정보를 공유하기를 꺼려 했다. 하지만 요즘엔 시스템을 활용하고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본인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차세대 정보계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새로운 정보계시스템 내에 CRM마트를 구축한다는 게 김 상무의 계획이다.
현재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려면 분석 툴을 통해 모든 데이터를 다 분석해야 하는데 통계학적으로는 5%의 정확한 샘플 데이터만 분석해도 오히려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분석 작업을 마무리지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CRM마트가 구축되면 웹사이트에 지점 정보만 입력해 해당 지점의 고객과 영업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김 상무는 “CRM마트와 설계사의 고객 컨택정보를 통합하는 다이아몬드시스템 구축이 올해 중점 추진 과제”라며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한 영업 효율성 제고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
◇김정일 상무는.
1988년부터 1992년까지 하버드대에서 통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헬스케어 컨설팅 업체인 헬스케어시스템디자인과 벨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AT&T에서 데이터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2005년 삼성생명에 합류해 마케팅전략그룹에 이어 CRM팀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