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전산망 장애로 창구거래 등 전체 금융업무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농협은 지난 12일 사고가 나자 곧바로 시스템 복구에 나섰으나 거의 이틀간 정상업무가 안돼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현대캐피탈 해킹 사고가 벌어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같은 일이 벌어지자 국민들의 금융권에 대한 불신이 높아가는 양상이다.
금융사고가 잇따르자 전문가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그동안 수면 아래 있던 금융 IT의 구조적 모순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사실 전자신문이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취재한 바에 따르면 금융권 IT인력은 10년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인터넷 뱅킹, 모바일 뱅킹 등이 활성화되면서 은행권의 수천억원대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잇따랐던 것을 감안하면 다소 충격적인 사실이다.
은행 그동안 IT인력을 줄이는 대신 인건비가 저렴한 외부 IT 아웃소싱 회사에 업무를 위탁하는 식으로 비용을 줄여온 셈이다. 이렇다 보니 몇몇 금융사는 IT업무의 50% 이상을 아웃소싱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갈수록 업무는 늘어나는데 핵심 인력은 되레 줄어들면서 “시스템 관리가 마치 지뢰밭을 걷는 기분”이라는 내부 증언까지 나왔다.
금융권 최고경영진들이 IT에 대한 투자를 비용으로만 보고, 예산절감 잣대를 우선시한 결과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IT의 발달로 요즘 금융서비스는 IT가 없으면 불가능한 상황이다. 고객들도 보다 편리한 IT서비스에 차츰 길들여져 간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권 경영진들이 IT가 기업경쟁력과 직결돼 있다는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번 사고가 터지면 대규모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