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공짜교육의 숨은 뜻

 지방 모 전문대학이 최근 개설한 영어특별반에 전체 신입생의 12%인 357명이 신청했다. 수준별 학습방법으로 취업에 반드시 필요한 영어 능력을 가르치는 영어특별반은 1년 동안 강의료가 70만원이나 하지만 신청자 중 단 한 명도 등록을 취소하지 않았다.

 교육에 대한 학생과 부모의 바람이 크다 보니 대학 측도 수업에 심혈을 기울인다. 한국인 강사와 원어민 강사가 번갈아가며 강의를 해 학습효과를 높이고, 연중 두 차례씩 평가를 실시, 우수한 스터디그룹에는 장학금도 지급한다.

 학생들은 이 같은 영어특별반 프로그램이라면 배움의 대가로 수업료를 기꺼이 지불하고, 서로 건전한 경쟁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쌓아나가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배움에는 공짜가 있을 수 없다. 이처럼 자신의 위한 배움에는 반드시 대가를 지불하고, 대가를 주고 배워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체화된다.

 운좋게 정부지원 등을 받아 공짜로 배웠을 땐 자신보다는 남을 위한 베풂도 필요하다. 특히 국가가 100% 지원한 배움이라면 그로 인해 축적한 지식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베풀어야 한다.

 모 IT 기업인은 창업 후 몇 년 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낼 당시 후원해준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수익의 일부를 매년 사회공헌에 쓰고 있다. 대학도 제대로 못 나온 그는 정말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대학에 수억원이라는 돈을 선뜻 내놓기도 했다. ‘공짜 교육’이라고는 말하지만 사실 그 속에는 ‘대가’와 ‘기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일률적으로 정한 장학제도가 아닌, 꼭 필요한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장학금이 진정한 장학금이다. 나중에라도 수혜를 받은 학생은 다시 사회로 자신이 받은 만큼 환원하고, 그 사회는 다시 어려운 처지의 학생들에게 장학 기회를 더 늘려갈 수 있다.

 최근 KAIST의 잇단 학생과 교수 자살로 시끄럽다. 전체 학생에게 주어지던 장학 혜택에서 정책을 바꿔 ‘징벌적 수업료’를 부과한 것이 화근이 됐다.

 우리나라의 이공계 장학제도가 진정 사회에 공헌할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달된다면 국가는 과학영재를 자연스레 키워내고,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그들이 사회로 환원하는 기회도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