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에 인터넷실명제 책임 여부를 놓고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반복되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근본 원인으로 인터넷실명제를 지목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과 실명제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6일 광화문 환경재단에서 열린 ‘3500만명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원인 및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진보네트워크센터 오병일씨는 “정부가 기업의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을 규제하기는 커녕 인터넷 실명제를 위해 이를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제한적 본인 확인제=주민등록 수집?”=방통위가 “인터넷 기업은 신용정보회사로부터 본인 인증을 받은 후 확인정보 값만 보관하면 되므로 본인 확인제가 주민번호 수집을 의무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그는 “인터넷 기업은 인터넷실명제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관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해 왔다”며 “정부는 인터넷 실명제가 주민등록번호 보관을 의무화하는 것이 아님을 기업에게 설명하고 다른 방법을 찾도록 계도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
오 씨는 “주민번호 기반 아이핀은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인터넷실명제 폐지와 주민번호 수집 최소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일부 탈북자 사례처럼 유출된 주민등록번호는 재발급할 수 있다는 제안도 했다.
김학웅 변호사도 “방통위 정책을 거부할 수 있는 국내 인터넷 기업은 없다”며 “인터넷 기업은 법에 규정된 제한적 본인 확인제를 억지로 시행하고 해킹 사건이 터지면 손해 배상 소송 피고가 돼야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주민번호 사용 최소화에 사회적 비용 들어”=온라인에서 주민번호 수집 및 사용 최소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김광수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은 “온라인에서 주민번호를 사용하지 못 하게 하는 것이 정책 방향”이라며 “많은 서비스가 주민번호를 핵심으로 DB를 구성했고 DB가 주민번호를 중심으로 연계된 만큼, 이전에 따른 사회적 비용에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필요 이상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사이트는 규제하고 법을 보다 명확하게 정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시민사회 측 참가자들은 “3500만명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보다 더 큰 혼란이 있느냐”는 입장이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망법 외에도 전자상거래법이나 부가가치세법 등에서 주민번호를 요구하기 때문에 인터넷·통신·결제 등 관련 산업 모두에서 주민번호를 요구하게 됐다”며 유관 부처의 공동 대응을 주문했다.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상임위원으로서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 피해 예방을 위해 인터넷실명제 폐지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