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돈의 인사이트] 미국 휴스턴에서 온 편지

[주상돈의 인사이트] 미국 휴스턴에서 온 편지

미국 휴스턴에 사는 재미교포 사업가로부터 장문의 편지를 받았다. 데이비드(David)라고 소개한 이 젊은 사업가는 ‘창업은 나랏님도 어쩔 수 없다’는 지난주 칼럼 내용이 현실과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뭉칫돈을 뿌려가며 젊은 사업가를 돕는다고 창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칼럼 내용에 분명 오류가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수십 년간 외국에서 생활하고 미국에서 나름 명문대를 졸업한 그와 한국 젊은이들이 처한 환경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직접 창업해본 경험에서 우러나온 논리와 주장이 무척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한국에서 창업을 해본 경험자로서 정부 지원금이 ‘눈먼 돈(?)’이라는 점은 그도 인정했다. 3년 전, 한국에서 창업교육을 이수하는 조건으로 3500만원을 지원받았다. 본인 역시 예외일 순 없지만, 평소 정부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 혜택을 얻었다. 어떤 사람은 별다른 기술도 없는데 선정된 경우도 있다. 주변에는 정부 프로젝트만 받아 겨우 연명하는 기업도 많았다.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이 없으니, 결국 빚을 지고 허덕이다 폐업하는 사례가 허다했다. 그 역시 한국에서 정부 자금으로 창업했지만, 경험 부족으로 회사 문을 닫아야만 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에서 쌓은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미국에서 다시 창업에 도전했고, 지금은 성공 사업가로 활동 중이다.

 따라서 “그 당시에는 정부 지원금을 멋모르고 탕진했지만, 한국에서 배운 실패 경험으로 더 좋은 회사를 창업할 수 있었다”라며 “정부가 지원하는 눈먼 돈이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만약 그 자금이 ‘눈먼 돈’이 아니라, 대출해서 빌린 돈이었다면 미국에서 새로 도전할 수 있는 기회 역시 없었다. 결국 창업에 도전할 열정과 의지를 가진 사람들에게 정부 지원금이 제대로 주어진다면, 어떤 형태로든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랏님도 어쩔 수 없는 것은 정부 지원이 아니라, 오히려 비즈니스 세계에 대한 젊은이들의 무지(無知)와 안목 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보다는 돈이 된다는 소문만 믿고 너도나도 뛰어들어 결국엔 과당경쟁으로 망하는 모습을 수없이 목격했다. 미래를 예측하고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안목은 그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 젊은이들은 자기 분야에 대해서만 알고 비즈니스가 뭔지 한참 모르고 있다”며 “동네가게 수준으로 인터넷 옷장사만 하다가는 언젠가 다 쓸려버릴 것”이라는 독설도 쏟아냈다. 하나의 현상을 보고 그 내막을 분석해 비즈니스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한다면 비전 없는 창업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충고다.

 물론, 한국에서는 열악한 비즈니스 생태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난관이 많았다. 좋은 회사가 나타나면 대기업이 기술을 뺏아버리거나 횡포를 부려 성공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이런 왜곡된 시장 생태계 때문에 한국 젊은이와 기업들은 동네가게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래서 더욱 나랏님이 필요하고, 해결 방안도 분명 있을 것으로 단언했다.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적이 거의 없기에 뒤죽박죽인 제 글을 양해해주기 바란다”로 시작한 그의 편지는 여러 경험담을 돌고 돌아 “저 같은 경우는 정부 지원금을 받아서 좋은 방향으로 일이 풀렸다는 걸 꼭 알려드리고 싶어 글을 남긴다”로 끝을 맺었다.

 주상돈 경제정책부 부국장 sd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