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더기 된 게임 셧다운제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이 인터넷 게임에 접속할 수 없게 하려는 ‘셧다운(Shutdown)제’가 누더기가 됐다. 규제 형평을 잃고 이리저리 휘둘렸다.

 지난달 21일 미국 블리자드가 셧다운을 교묘히 무력화한 게 컸다. 블리자드는 인터넷 게임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2’ 등이 셧다운 대상이 되자 “한국 내 접속을 전면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돈 들여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청소년 접속 차단조건에 맞춘 새 게임 운영체계를 갖추느니 차라리 서비스를 포기하겠다는 뜻이었다. 일면 타당하나 성인까지 게임을 즐길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지는 게 문제였다. 비난 여론이 비등한 건 당연했다.

 여론이 들끓자 청소년 보호 주무 기관인 여성가족부가 흔들렸다. “‘스타크래프트’ 같은 PC용 패키지 게임은 실제 적용에 어려움이 있어 (규제에서) 제외하는 방향을 검토한다”고 했다. 셧다운을 적용할 대상을 확정하지도 않은 채 이런 방침이 새어 나왔으니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뒤집어쓰고도 남았다.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청소년이 엄연히 존재하는 터라 여성가족부의 애초 규제 의지가 크게 퇴색했다.

 그뿐인가.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정책 방향을 두고 반목한 것도 볼썽사나웠다. 어제는 PC용 패키지, 모바일, 콘솔 등 게임 플랫폼 종류뿐만 아니라 과금 체계에 따라 서로 다른 예외 규정을 둘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누덕누덕 기운 꼴이다. 이러다 시장과 산업 발목을 잡을까 걱정된다.

 정부가 셧다운제를 추진하는 것은 부모와 교사의 바람에 힘입은 바다. 게임에 과몰입하는 청소년을 구제하려는 따뜻한 마음이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덤벼들어 형평성 잃은 규제안을 고집하면 곤란하다. 청소년을 ‘게임 구렁텅이’에서 꺼낼 총체적·과학적 안목이 아쉽다.